주간 글라이더 Vol.4

글라이더 Writing Rider

by 진우


라이더 Rider [미국] 말, 자전거,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 [한국] 배달하는 사람

글라이더 Writing Rider [한국] 글을 배달하는 사람


오랜만에 글라이더를 날려본다. 마지막 출동이 팔월 말이었으니 얼추 석 달 만에 다시 페달에 발을 올리는 셈이다. 갑자기 바빠진 일상을 활동 멈춤의 첫 번째 변명으로 앞장 세울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다른 분들에게 반드시 소개하겠노라 호들갑을 떨 만한 글이 그동안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깨작깨작 글 쓰는 주제에 이렇게 말하는 꼬락서니가 아주 건방진 것임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대문짝에 이따시만하게 붙여 둔 브런치에서, 작품이라고 부를 만한 글들이 과연 몇 편이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 혹시 모두가 현재 진행형? 즉 전자레인지 안에서 음식이 데워지고 있는 것처럼 지금 작품이 되고 있는 중이라면 또 모르겠다.


제목만 작품이다 싶은 글들이 최근 들어 차고 넘친다. 제목에 혹해서 기대를 하고 열어 보면, 이건 뭐 전국 낚시 대회도 아니고, 이하 생략. 진지한 사색과 유쾌한 공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퇴고’는 해야 할 것 아닌가? 나오는 대로 마구 싸지른 문자 덩어리는, 읽는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의식의 흐름이 아닌, 자판의 흐름인가? 혼자만의 공간이니 맞춤법은 아예 무시하겠다며 떡하니 선포를 해 둔 글을 읽기도 했다.


백 단어로 된 글을 발행하기 위해 백 한 번 퇴고한다는 작가님도 계신다. 정성 담긴 퇴고는 곧 글 쓰는 이의 자존심이다. 이것은, 글을 쓴답시고 으스대기 좋아하는 우리들 모두에게 정말 중요한 거다. 반성하자. 물론 반성해야하는 첫 번째 생명체는 바로 '나'겠지만 말이다.


자, 시간이 없다. 이제 출발한다. 빵빵!




최형식


추억의 운동장에는 오늘도 많은 친구들이 놀고 있다. 명수와 병철이를 비롯, 수많은 개구쟁이들이 기억의 공간에서 튀어나와 글자의 옷을 입고 여러분을 만난다. 그리고 저만치에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는 선생님이 있다. 나의 이야기에도 언제나 선생님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분들이 글의 주제가 된 적은 거의 없다. 선생님도 밥을 먹을까? 선생님도 화장실에 갈까? 궁금한 것은 차고 넘쳤지만 철부지 코흘리개가 선생님의 속내를 헤아릴 방법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의 그런 호기심을 단박에 풀어 주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당시의 선생님들이 우리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었는지 쉽게 헤아려진다. 사십여 년의 시간을 건너뛰었어도 여전히 철부지인 아이들은 최형식 작가의 곁에서 오늘도 웃음꽃을 피우고, 눈물비를 내리며, 감동의 실뜨기를 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 직접 만나보고 싶다.


아이들이 그렸을 것이 분명한 작가의 프로필 사진에서부터, 짧지만 담백하게 적힌 작가 소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소박함 감동을 더한다. 첫 글을 발행한 지 두 달이 되어감에도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구독자 수는, 이렇게 소중한 작가를 뒤늦게 발견한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교사 작가들은 그저 교직에 대한 어려움만을 토로하는 거라고 미리 선부터 그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잘 쓰고 싶다면 더 많이 읽자, 이건 혼잣말이다.


작가는 내년 봄에 정년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말인 즉, 생생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백문이 불여일독讀이라고 했다. 얼른 달려가서 작가를 졸라보자. 꿀이 뚝뚝 떨어지는 아이들 이야기 더해 달라고. 그전에 작가의 브런치 ‘할아버지, 지진 드세요’ 완독은 필수다. 최형식 선생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https://brunch.co.kr/@ipopo890




그리고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다. 코로나로 멈추었던 가을이,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원래 산을 좋아한다. 그리고 산행 후의 막걸리 한 잔도 몹시나 사랑한다. 이 대목에서 나도, 나도! 그랬다면 여러분은 아쉽지만, 뒤로 가기를 누르시기 바란다. 브런치의 산행기 대부분이 산 이야기보다 산행 후의 미식美食 이야기에 치중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 물론 그것도 산행의 일부이며 소중한 경험이니 공연한 탓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산 그 자체에 중점을 두는 이야기가 늘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만난 것이 바로 ‘그리고’ 작가이다.


몇 번의 댓글 나눔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작가는 직접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산에 오른다. 제아무리 화질이 좋아도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의 한계가 있다. 코끼리 코처럼 쭈욱 늘어나는 커다란 렌즈(명칭을 모릅니다, 작가님. 죄송합니다)를 달고 산행의 초입에서 마무리까지, 그것도 부족하다 싶으면 각종 산행 정보를 총망라해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산을 오르니 어떤 생각이 나고, 산에서 내려오니 누군가 떠오른다 식의 말랑말랑한 곁가지는 일체 없다. 오직 산 하나만 판다. 그렇다고 산행기를 발행하는 시점에서 아주 자상한 뒷 글을 보태지도 않는다. 그리고 댓글 자체가 많이 없다. 작가의 글을 감상하는 이들이 말문도 잃고 끝내 글문도 잃었으리라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100대 명산 연속 산행기가 연재되고 있으니 단풍 만발 못지않게 기대만발이다.


한 가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작가의 글은 스마트폰으로 보기엔 아쉬움이 많다. 기왕이면 큰 모니터로, 가능하다면 텔레비전과 연결해서 스마트 뷰로 감상하기 바란다. 감상이 끝날 때 즈음, 여러분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의 필명 ‘그리고’의 의미가 ‘AND’가 아님을. 그럼 뭐죠,라고 묻는 당신, 일단 작가의 글부터 퍼뜩 읽으시라. 오늘 라이딩 여기서 끝.


https://brunch.co.kr/@yjwon12


배달 착오가 라이더의 잘못이듯, 추천 불만은 오롯이 나의 책임이다. 작가와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다시 밝혀둔다. 어디까지나 구독은 여러분의 선택이다. 다른 취향을 존중한다. 식당 입구까지 함께 왔으니 살짝 맛을 본 다음, 제대로 먹을지 말지는 각자 판단하시길.


앞서 말했듯 주간은, 주간週刊이 아니라 주간主刊이다. 내 마음대로라는 뜻이다. 물론 반응 좋으면 계속한다, 쭈우욱.




Image by Surprising_Shot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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