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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Sep 16. 2021

The 불쌍한 박지성

< 작당모의(作黨謨議) 추석 특집 : 사진 글쓰기 >



   스포츠 스타를 가득 태운 비행기가 갑자기 엔진 고장을 일으켜 태평양 한가운데의 섬에 추락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탑승객은 사망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가 두 명 있었으니 야구 선수 이승엽과 축구 선수 박지성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무인도인 줄로만 알았던 그곳이 사실은, 무시무시한 식인종이 사는 섬이었던 것이다.


   식인종들에게 붙잡혀 푸른 잔디밭 광장으로 끌려온 이승엽과 박지성은 어쩔 수 없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식인종 추장의 외동딸이 박지성을 보고는 마음에 쏙 들어 했다. 박지성만은 살려달라고 부탁했지만 그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추장은 일언지하에 딸의 청을 거절했다. 딸의 눈물을 본 추장은 잠시 고민을 한 뒤 두 사람에게, 무엇이든 좋으니 둥글게 생긴 것 세 개를 가져오라고 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무엇인가 생각난 듯 이승엽은 비행기가 추락한 곳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그리고 야구공 세 개를 찾아들고 서둘러 돌아왔다. 추장은 딸을 한 번 스윽 쳐다보고는 이승엽에게 말했다.


   “그 공 세 개를 모두 입에 넣어라. 그러면 너를 살려주겠다.”


   아뿔싸. 야구공 세 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으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하지만 목숨이 달린 일이다. 억지로 입을 벌려 공 한 개를 겨우 넣었다. 두 개가 남았다. 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결국 나는 이렇게 죽는구나, 지성아 부디 너만은 살아남아라. 그때 저만치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다. 역시 박지성이었다. 그러나 박지성을 보는 순간, 이승엽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박지성이 축구공 세 개를 데굴데굴 굴리며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Image by Geulgram



매거진 <작당모의>가 추석을 맞아 특별히 준비해 보았습니다. 공통의 사진을 주제로 6백자 글쓰기에 도전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구독자 여러분, 뜻 깊은 한가위 맞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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