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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Oct 31. 2022

태풍이 지나간 자리

불귀 不歸


춘보 아재

술 묵었는갑다.


영옥아

영옥아

아지매, 우리 영옥이 봤능교?

내가 갸를 우째 키았는데

할배요, 할배가 내 딸 영옥이, 숨캈능교!


춘보야, 그기 무신 몹쓸 소리고.

얼른 집에 가 있그라

내, 영옥이 보믄

너그 아부지 쌔가 만발이나 빠져서 기다린다꼬

퍼뜩 집으로 가라하꾸마


아닌데

그게 아닌데

나는 아는데

이장집 그물에 걸린 신발

그거, 영옥이 누나 껀데

누나 이제 안 온다고 내가 가서 말해주믄 안되나


어제토록 

울면서 돌아가는

춘보 아재,

오늘도 손에 든

아재 맨발만큼 불쌍타.




******


어린 시절의 잠시를 보냈던 저의 외가 마을에는, 춘보라는 이름을 가진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부인은 병으로 일찍 죽고, 딸 하나를 키우며 살았는데 그가 영옥이 누나입니다.

어느 해 여름, 태풍이 온단 소리에 배를 묶으러 갔던 영옥이 누나는 갑자기 몰아친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누나는 결국 실종되었고 신발 한 짝만 겨우 돌아왔습니다. 춘보 아저씨는 그 뒤로 매일 술에 취해서 누나를 찾아다녔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어떤 건지, 그 당시 어린 저로서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부모가 된 지금, 그때 춘보 아저씨가 느꼈을 아픔의 깊이를 이제야 겨우 가늠합니다.


어이없는 참사로 희생당하신 모든 생명과 절망에 빠져있을 부모님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 Image by GILBERTO MELLO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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