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슈탈트 붕괴를 경험하고서
작은 종 옆에 ‘창백하고 푸른 점’이 찍히면 요즘 그것만큼 반가운 것이 없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것은 '새 소식'이 있다는 '알림'이며,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내가 작성한 댓글에 작가님들의 회신이 있다는 알림이다. 그래서 그 점을 살포시 눌러보면 주로 이런 내용이 보인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있는 언급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언급하다. [동사] 어떤 문제에 대하여 말하다.
…에, … 을, -고 / ~에 언급하다, ~을 언급하다, ~(라)고 언급하다
(‘… 을’ 대신에 ‘…에 대하여’가 쓰이기도 한다)
사전의 설명을 따르면 ‘~을 언급하다’는, ‘~에 대하여 말하다’라는 뜻이 된다. 국어대사전의 예문을 보자.
나는 엄필순 모녀에 대한 윤두명의 매정스러운 태도에 언급하고 그런 창피스러운 돈을 씀으로써 공범이 되기 싫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이병주, 행복어 사전≫
남희의 화제는 의식적으로 배 감독의 죽음에는 언급하기를 피하는 성싶다.≪유주현, 하오의 연가≫
그는 자신의 강한 생활력을 언급했다. ≪기타 예문≫
알림의 ‘한량님이 나를 언급했습니다’라는 말을 위와 같이 사전적 의미로 바꾸어보면, '한량님이 나에 대하여 말하였습니다'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나에 대하여 말했다'라는 것은, 한량님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 중에 나를 말했다, 또는 나를 주제로 하여 말하였다 라는 의미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한량님이 나를 언급하였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댓글에 대한 회신으로 나를 지명했을 경우에 주로 많이 사용된다. 나에 대해서 어떤 설명을 하거나 제삼자와의 대화 중에 나를 인용한 것이 아니다. (@ + 아이디 기능)
즉, ‘나를 언급하였습니다’라는 표현이 딱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전적 정의로도 어긋나고 실제 사용에 있어서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언급하였습니다' 보다는 '~에게 말했습니다'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언급하다'보다도 뜻이 명확한 데다, 무엇보다 이것은 한자어나 외국어가 아닌 순 우리말이다.
한량님이 나를 언급하였습니다.
한량님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아울러 '라이킷하다'도 '좋아합니다'로 이참에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평범한가?
한량님이 라이킷했습니다.
한량님이 내 글을 좋아합니다.
이상은, 오늘 오후에 뜬금없이 게슈탈트 붕괴 현상을 경험하고 나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물론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니까 큰 의미를 둘 필요 없이 지금처럼 써도 굳이 이의는 없다. 하지만 혼자만의 짧은 생각이라고 단서를 달아둔 만큼, 내 지식의 부족함과 오류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다른 분들께서 조언과 의견을 주신다면 나로서는 그저 감사할 일이다.
게슈탈트 붕괴 현상 Gestaltzerfall 독일어
익숙하게 사용하던 단어가 갑자기 낯설게 보이는 현상. 우리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는 뉴런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발생한다. 뇌에 포함된 문자 뉴런이 같은 문자를 계속 보다 보면 지치게 돼 문자가 헷갈리게 되는 것이다. 주로 틀린 맞춤법이 반복돼 사용되거나, 특정 단어가 여러 번 쓰이면 경험하기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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