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의 뉴스 기사를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아니 더 정확하게, 죽기 살기로 댓글을 달던 때가 있었다. 기사 내용에 대한 찬반은 물론, 남들이 작성한 댓글에 덧붙여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도 열심이었다. 특히나 기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다른 작성자에 대한 인신공격을 일삼는 댓글에서는, 기를 쓰고 철저히 모진 소리를 했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입으로 지은 죄는 십 년을 가고, 글로 지은 죄는 백 년을 갑니다. 당신의 이런 악플, 결국은 당신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화禍로 돌아옵니다.”
표현은 애써 고상한 척했지만 결국 그것도 따지고 보면 악플이나 다름없다. 그러다가 오륙 년 전부터는 시사 뉴스를 포함한 어디에도 일체의 댓글을 달지 않는다. 이건 아니다 싶거나 나와 다르다 싶으면, 그냥 넘기기 또는 돌아가기 버튼을 눌러 버린다. 그런 댓글 싸움과 감정적 행위들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공허함을 어느 날 문득, 느꼈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내 글을 발행하는 것 못지않은 또 다른 재미는 당연히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것이다.
갓 발행된 글에서 전해져 오는 감동이나 특별한 느낌이 있다면, 글을 읽자마자 내 감동 역시 따끈따끈할 때 즉시 댓글로 남긴다. 그것은, 좋은 글을 써주신 작가님의 노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쓰신 글, 감사히 잘 읽었고, 그래서 잘 읽었다는 흔적을 여기에 남깁니다, 이런 뜻이다. 라이킷을 누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사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다 못해 존경해 마지않는 몇몇 작가님들과는, 남들 보기에 친목질이다 싶을 정도의 댓글 티키타카를 즐기기도 한다. 식사가 맛있었다면 디저트도 즐거운 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브런치 나우를 통해 어떤 글을 만난 다음, 꽤나 불쾌했던 적이 있다.
모 작가님이 자신의 글에서 말하기를, 샐러리맨이 창녀라는 것이었다(논설문이 아니고 산문시詩의 형태였다). 물론 문학적 비유임을 감안한다 치더라도 나는 그 비유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샐러리맨은 창녀이니 돈 준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해야 되고, 손님이 더러운 짓을 시켜도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가 적당히 들었으면 포주를 해야 하는데 아직도 창녀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서럽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나는 너무나도 불쾌해서 즉시 댓글을 달았다. "이건 아니지 않느냐, 이것은 수많은 샐러리맨을 모욕하는 것이다, 작가님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시라." 그 댓글을 쓰던 때, 나는 적어도 그 글을 발행한 작가님의 해명이나 덧글을 기대했다. 그러나 잠시 후 내 댓글은 삭제되었고, 원문도 곧 사라지고 말았다. 나 때문에 원문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당황스러웠다.
또 다른 글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를 다룬 기사였는데, 내가 그런 글들에 대해 평소부터 궁금해하던 질문이 있었다. 이런 기사를 쓸 때 제조회사에서 제공되는 정보와 기자가 직접 취재하는 정보는 어떻게 구별됩니까? 다시 말해, 판매사가 주는 정보를 그대로 옮겨 적는 것 아니냐는, 약간의 뇌피셜 확인 의도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물었고, 진지한 답을 기다렸는데 잠시 후 내 댓글은 삭제되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역시 당황스러웠다.
한 가지 경우가 더 있다. 마찬가지로 유럽풍 디자인에 대한 글이었다. 글 속에 사용된 낱말의 정의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다행히 친절한 덧글이 곧 달렸다. 그런데 내 질문의 바로 위에, 다른 독자가 남긴 글의 내용이, 조금은 언짢은 단어로 표현되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작가가 그 댓글에 대해 답하기를, 육두문자에 가까운 말을 써서 비아냥을 퍼부었음을 곧 알게 되었다. 아차, 싶었다. 그리고 또 당황스러웠다.
내가 어떠한 지출을 하지 않아도 그저 공짜로 올려주시는 글, 그것도 하루에 몇십 편이 넘는 글들을 읽다 보면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보잘것없지만 나 역시 글을 써서 발행하고 있으니, 한 편의 글이 브런치에 발행될 때까지 작가님들이 어떤 고민과 걱정과 어려움을 반복하는지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안다는 이유로, 찬성과 반론을 포함해서 '독자'로서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과연 예의에 어긋난 것인지 궁금해진다. 공감과 응원의 댓글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된다고 했으니, 공감과 응원이 아닌 글은 애당초 남겨서는 안 되는 것일까? 글 쓰는 노력을 알고 있으니까,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발행된 글에 대해선 그저 감사하게만 읽고, 공감과 응원만 할 뿐, 반대를 포함한 그 어떠한 부정적인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부정적인 의견을 남길 바에는,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얼마 전 초록Joon 작가님의 댓글에서 내가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브런치에서 악플 내지는 강성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작가들이 아니라고. 다시 말해 글을 발행하지는 않고 읽기만 하는 일반 회원들이라고.
그 후에 나는 또 혼자 생각했다. 그렇다면 글을 발행하는 이른바 ‘브런치 작가’들은 서로의 글에 대해서만큼은 적어도 그런 부정적인 댓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즉, 동업자 간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 때문인지 나는 최근에 내가 쓴 댓글을 곧 지워버리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답을 기대하며 남긴 질문을 포함해서, 내 댓글에 대해 작가님의 덧글이 일정 기간 동안 없으면 내가 남긴 댓글을 일일이 찾아서 지워버린다. 어떤 면에서는 관종이라고 봐도 좋고, 아이처럼 삐쳤다 봐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삭제의 이유는, 혹시나 작가님이 행여 다른 이들의 댓글이나 질문에 답하기를 불편하게 느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발동해서이다.
댓글을 달아도 됩니까, 아니면 그냥 넘어 갈까요?
정답을 찾는 질문이라, 역시 글이 장황하다. 아빠님 말씀에, 재미도 없는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면 브런치 기성세대라는 증거라고 하셨는데(작가님, 사랑합니다). 하지만 역시 재미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구구절절 쓰는 이유는, 그래도 이렇게 해서 답을 듣게 되면 혹시나 이전에 내가 한 행동이 실수임을 깨닫고, 앞으로 반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나의 댓글과 질문으로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그 작가님들께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뒤늦게나마 드린다.
그리고 부로언치, 그런 따위의 글을 왜 쓰냐고 댓글로 질문하셨(다가 곧 삭제하셨)던 독자님께 여기서 답을 드린다.
"부로언치를 포함한 제 글은, 부끄럽지만 그냥 제가 재미있어서 씁니다. 간혹 재미있다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답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제 글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대환영입니다. 댓글만큼 적극적인 참여가 어디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