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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또 다른 창조. 그냥 그렇다고.

<one thing i ask> 가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by 제II제이

<One Thing i Ask>를 우리말로 번역해 보았다.


우선

나는 번역 같은 전문적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다니는 교회의 청소년부 성가대를 담당하고 있는

지휘자 누님이 의뢰했다.

가사와 곡조가 좋은 찬양곡인데,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번안된 가사를 찾지 못했다 했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직역투로 된 번안가사로 만들어진

영상이 몇 개 있었지만

그 가사로는 부족하다 했다.


나는 이런 의뢰가 처음이라,

잘 될지 어떨지 감도 없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냥 해보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원곡 가사는 아래와 같다.


one - thing i ask - -
one - thing i seek - -
that - i may dwell - in your house - oh - Lord - -

all - of my days - -
all - of my life - -
that - i may see - you - lord - - - - - -

hear - me oh lord - -
hear - me when I cry - -
lord - do not hide - your - face - from - me - -

you have been my strength - -
you have been my shield - -
and - you will lift - me - up - - - - - -

one thing i ask - -
one thing i desire - - is see you - - - is to see you - -


중간중간에 있는 ‘-’ 표시는

악보를 보며 내가 편의상 집어넣은 것이다.




가사 번역을 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자연스러움’이었다.

의뢰자의 요구가 그것이었으므로.

단순한 직역투 이상의 문장이 필요했는데,

그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는

일단 원곡의 흐름과

최대한 비슷하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글자수 (더 정확히는 발음되는 음절의 수)를

최대한 맞춰보려고 우선 곡을 들으면서

‘-’ 표시를 넣어본 것이다.


두 번째로 주목한 부분은

원곡 가사의 내용에 대한 이해였다.

다행히 이 부분은 비교적 쉬웠다.

성경 말씀을 거의 그대로 활용한 가사였기 때문이다.

본문은 시편 27편 1~9절의 내용이다.

나는 주로 개역개정 판을 읽지만,

좀 더 폭넓게 가사에 접근해 보기 위해

여러 판본의 성경을 복사해 놓고 비교해 가며

읽고 정리해 보았다.


4 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일 그것을 구하리니 곧 내가 내 평생에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의 성전에서 사모하는 그것이라
5 여호와께서 환난 날에 나를 그의 초막 속에 비밀히 지키시고 그의 장막 은밀한 곳에 나를 숨기시며 높은 바위 위에 두시리로다
6 이제 내 머리가 나를 둘러싼 내 원수 위에 들리리니 내가 그의 장막에서 즐거운 제사를 드리겠고 노래하며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라
7 여호와여 내가 소리 내어 부르짖을 때에 들으시고 또한 나를 긍휼히 여기사 응답하소서
8 너희는 내 얼굴을 찾으라 하실 때에 내가 마음으로 주께 말하되 여호와여 내가 주의 얼굴을 찾으리이다 하였나이다
9 주의 얼굴을 내게서 숨기지 마시고 주의 종을 노하여 버리지 마소서 주는 나의 도움이 되셨나이다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시여 나를 버리지 마시고 떠나지 마소서


하나님의 집에 거하며,

평생에 하나님을 보며 살기를 원한다는 내용과

힘들어서 하나님을 찾을 때

하나님이 자신을 버리지 않고

구원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좀 뻔한 내용이 될 수도 있으나,

모든 노래가 그렇듯

가사로 정리되고 곡조가 붙으며

어떤 절절함을 표현하는 곡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구체적인 작업 과정은 아래와 같다.


우선 첫 번째 단락의 ‘one thing i ask’를

어떻게 번역할지가 가장 중요했다.

우리말은 말 끝에 붙는 말을 통해

말하는 사람의 태도와 분위기가 많이 전달이 된다.

그래서 종결 표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직역투를 피하면서

노래 가사처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맨 처음 시작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다.

영어 표현은 ‘나’가 아닌 ‘one thing’이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원문에 나오는 단어들의 수보다

우리말 표현의 수가 적어야 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었다.

‘ask’와 ‘seek’을 따로따로 살리자니

말이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았고,

합치자니 어떤 말로 합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해야 했다.

결국은 ‘나 한 가지 바라는 것’으로 정리했다.

마지막에 ‘oh Lord’로 하나님을 부르는 가사도

살릴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봤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one - thing i ask - -

one - thing i seek - -

that - i may dwell - in your house - oh - Lord - -


나 한 가지

바라는 것

주님의 집에 머물기를


두 번째 단락은 ‘my days’와 ‘my life’가

같으면서도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듯하여,

그 다른 의미를 살리기 위해 고민을 했고

각각의 날들, (즉 매일매일)에 대한 다짐과

인생 전체 (즉, 살아가는 모든 기간)의 의미를 살려

‘하루 또 하루’와 ‘내 모든 날’로 풀어보았다.

그리고 원문에는 ‘살다’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없지만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살다’라는 동사를 활용해

가사를 정리했다.


all - of my days - -

all - of my life - -

that - i may see - you - lord - - - - - -


하루 또 하루

내 모든 날

주 보며 살기를


세 번째 단락은 ‘hear me’를 ‘들어주소서’로 번역을 해보았는데,

이것은 4 단락에 있는 ‘lift me up’과의 연관성 때문이었다.

‘hear’은 ‘듣다’이고 ‘lift’는 ‘들다’인데,

‘듣다’의 활용형태가 ‘들어’로 소리가 똑같아지기 때문에

일종의 운율감을 위해 일부러 맞춘 단어다.

그리고 하나님께 얼굴을 숨기지 말라고 명령하는듯한(!)

원문 가사가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워서

내가 하나님의 얼굴을 찾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의 말투로 번안하였다.

성경의 원문은 ‘숨기지 마시고’이지만,

‘찾게 하소서’로 바꾼 것이다.


hear - me oh lord - -

hear - me when I cry - -

lord - do not hide - your - face - from - me - -


나 슬플 때

들어주소서

주의 얼굴 찾게 하소서


4단락도 다른 단락들과 마찬가지로

‘나’로 시작하고 싶었으나 반복과 변주의 묘를 위해

‘내’로 시작하게 되었다.

‘힘’과 ‘방패’는 원문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들어주시리’하는 부분은

앞에서도 언급했든 3단락과의 연관성을 살려본 것이다.

높이 올려 주신다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 말로 보이지만

‘높여 주시리’와 의미적으로 같으면서

소리도 같은 ‘들어주시리’로 정리했다.


you have been my strength - -

you have been my shield - -

and - you will lift - me - up - - - - - -


내 힘 되신 주

방패 되신 주

(그가) 들어주시리


5단락은 1단락과의 호응을 위해서

‘나 한 가지’로 똑같이 시작하고

‘원하는 것’으로

원문에 있는 변주를 살려서 단어를 골랐다.

그리고 두 번 반복되는 ‘see’를

한 번은 ‘아는 것’,

다른 한 번은 ‘보는 것’으로 의미를 살리면서

나의 관점을 집어넣고 겸사겸사

영어 원문의 ‘see you’와 ‘to see you’의 의미차이도

살려본 것이다.


one thing i ask - -

one thing i desire - - is see you - - - is to see you - -


나 한 가지

원하는 것

주 아는 것 주 보는 것




얼떨결에 해본 작업이지만

의뢰자는 만족한 듯했고,

나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번역은 또 다른 창조라더니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창조를 잘했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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