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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 Jun 14. 2023

업계 밖에선 절대 알 수 없는 것들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법


간혹 저와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업무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토끼굴에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어리둥절합니다. 업무 시스템은 물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직함, 통용되는 용어까지 너무 달라서, 업계 내에 있는 분들이 아니면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쉽게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초보자가 그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문제들 - 작업비는 얼마가 적당할지, 작업의뢰는 어떻게 따내야 할지 등 - 을 포함해 업계 전반에 걸친 시스템을 알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벌면서 배우는 제2의 학교


바로 활동하려는 분야와 관련된 회사에 입사해 업계의 생태를 배우는 방법입니다. 팀의 일원으로서 경험을 쌓고 커넥션을 구축한 뒤 독립하는 것이죠. 이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뻔하고 지루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요.


회사에 입사하여 경력을 쌓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내 적성과 잘 맞는지, 내가 정확히 어떤 역할에 특성화되어 있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이런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다니다 보면 월급을 받는 것이 굉장한 이득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업계 밖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중요한 정보들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마치 월급을 받으며 다니는 제2의 학교처럼요. 사업에 대한 리스크도 전혀 지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도 있고요.




업계 밖에선 절대 알 수 없는 것들


모든 직업은 지역적 특성, 시대적 특성에 따라 업무환경과 업무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커리어를 처음 시작할 때 그 업계의 환경이 대학교에서 배웠던 이론적인 내용이나 책, 온라인을 통해 접한 정보와는 달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죠.


같은 경력을 가진 편집자여도 뉴욕에서 일하는 편집자와 서울에서 일하는 편집자는 업무 진행 방식과 소통 방식, 프로젝트에서의 역할, 평균 연봉 등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같은 지역에서 같은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회사의 특성에 따라 직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에디터를 예로 들어보면, 한 매거진에서 일하는 패션에디터와 뷰티에디터, 피처에디터는 같은 '에디터'이고 같은 플랫폼에 같은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업계 밖에서 결과물만 본다면 각 에디터의 역할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일하는 현장은 모든 것이 마치 다른 직업인 것처럼 다릅니다.


함께 일하는 스텝과 클라이언트에 따라 현장의 분위기가 현저히 달라지고, 이런 업무 환경이 나의 성향과 잘 맞는지 아닌지는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엔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객관적인 직업적 적성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혼자서 작업하는 예술가라 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업계의 생태와 내 성향이 잘 맞지 않는다면 그 직업이 아무리 내 적성이라 해도 오랜 시간 몸담기 힘듭니다.


이렇듯 함께하는 스텝과 클라이언트, 업무 프로세스 등을 포함한 업무 환경은 직업 선택에서 아주 중요한 정보입니다. 이 정보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책이나 온라인을 통해 얻을 순 없습니다. 설령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정보일 가능성이 높죠. 확실한 방법은 그 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


제가 처음 영상편집을 시작했던 8년 전은 아직 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광고 영상이 활발하지 않던 때였습니다. 대부분의 광고 영상은 TV를 플랫폼으로 하고 있었고, TV 광고 영상은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한 번에 진행하는 프로덕션 기업에 의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개인으로 활동하는 편집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회사에서 패션에디터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SNS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 영상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남들보다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영상을 제작하는 편집자들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영상 편집자로 전향한다면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워낙 수요가 많았기에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고 영상 편집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기까지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마 제가 편집자로서의 커리어를 몇 년 늦게 시작했다면 빠르게 위치를 선점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업계의 생태를 잘 알고 있었던 것도 한몫을 했고요.   


AI의 사용화로 인해 모든 직업의 형태가 바뀌게 될 'AI 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특정 직업의 1년 뒤, 3년 뒤 전망을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 일하고 있다면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가장 근접하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고요.


이처럼 관심이 가는 분야의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무작정 처음부터 혼자서 커리어를 쌓는 것보다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업가들과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가 모두 이렇게 조직 내에서의 경험을 통해 성공적인 개인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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