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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29. 2023

너무 짜다고 하니 슬퍼진다

My 2 Cents on Life

최근 들어 식구들이    

“좀 짠 것 같은데”          

“아우 짜!”                   

그런 말들을 가끔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

“너무 짜! 못 먹겠어”     

“…………” 

그제야  아!  하고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슬퍼진다. 


한국을 몇 년 동안이나 못 가다가 오랜만에 간 적이 있었다. 엄마가 나를 위해 준비한 식탁에 앉아 나물을 한 젓가락 입에 넣었는데 너무 짰다. 좀 짠 게 아니라 먹기가 힘들 정도로. 

‘아유, 엄마 이거 왜 이렇게  짜?’

그러자 엄마가 먹어보시더니 난 안 짠데? 그러신다. 아니 이렇게 짠데 무슨 소리야? 먹기가 힘든데!

그 후도 몇 번 식탁에 앉으면 엄마와 나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찾아봤다.  나이가 들면 짠맛을 느끼는 감각이 퇴화하는지. 엄마는 안 짜다고 그러시는데 난 도저히 먹을 수 없게 짰으니까.  

사실이었다. 


나이가 들면 3000-10000개가 되던 미각 세포가 파괴되어 그 숫자가 줄어들게 되고, 짠맛과 단맛등에 둔감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설명을 했다. 엄마는 가만히 듣고 계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 뒤로 음식을 만드시면 나한테 먹어보라고 하셨다. 자꾸 짜다고 하니까 네가 괜찮은지 확인하라고.   그때 엄마는 60대였다.   


그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최근  식구들이 식탁에 앉아 가끔 음식이 짜다고 해도 대수롭잖게 여기다가, 오늘 너무 짜서 못 먹을 정도라는 말을 듣자  불현듯 십몇 년 전에 내가 엄마한테 했던 말을 떠 올린 것이다.  엄마한테 일어났던 일이 이제 나를 찾아온 것이다. 엄마는 그때 60대 중반이셨는데  난 벌써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사실 미각의 노화는 40-50대부터 벌써 진행되고 60세 이후엔 그 퇴화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누구나 거치는 과정을 나도 밟고 있는 거겠지만 그 사실이 별 도움은 안된다. 


엄마도 그때 나에게서 설명을 들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겠지. 

좀 더 조심해서 설명해 줄 수도 있었는데.  

엄마한테 그런 이야기를 한 것도 엊그제 같은데.


예전에 아버님이  그러셨다. 70이 넘으니 화살이 아니라 총알처럼 시간이 지나가더라고. 

난 그 이야기도 왠지 아버님보다 빨리 하게 될 것 같다. 

지금도 너무 빨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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