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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14. 2023

젓가락질 때문에 미국 산다

어릴 때부터 20대에 한국을 떠날 때까지 엄마는 나의 밥 먹는 모습을 보다가  종종 혀를 차곤 하셨다.

 “도대체 젓가락을 저렇게 쥐고 어떻게 밥을 먹나 모르겠네, 그러다 젓가락 떨어뜨리겠다.”


실제로 난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떨어뜨릴 때가 종종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항상 젓가락의 제일 위 끝자루를 쥐기 때문에 젓가락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버릴 때가 가끔 있기 때문이다. 숟가락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숟가락보다는 젓가락을 더 많이 사용하니 나의 젓가락질이 더 눈에 뜨이는 것이다. 일부러 그렇게 잡는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일 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중에 결혼해서 얼마나 멀리 가서 살려고 젓가락을 놓칠 정도로 그렇게 멀리 쥐고 밥을 먹는 건 지……”      그럼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었다.    “젓가락 잡는 거랑 그 거랑 무슨 상관이라고?    어린 시절 엄마가 내게 말했던 벌레 나오는 복숭아를 먹으면 예뻐진다는 소리처럼 말이다. 그때도 난 엄마의 그 말을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젓가락질로 엄마에게 한 소릴 듣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먹고 있던 언니는 나와는 정 반대로 젓가락을 중간보다 더 밑으로 내려 잡고 밥을 먹는 것이다.  그런 언니와 나를 보며 엄마는 희한하다는 듯이    “하나는 젓가락을 놓칠 만큼 위로 잡고 하나는 음식이 손에 거의 닿을 만큼 내려 잡고, 참 내……”

엄마에 의하면  옛날 어른들이 말하기를 자식이  수저의 위 끄트머리를 잡으면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살게 된다고 하셨단다.  


나는 20대에 미국에 유학을 와서 그때 이후로 30년 동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나보다 훨씬 전에 결혼한 언니는 몇 번 이사를 다녔지만 항상 엄마 근처에 산다. 그러니 엄마의 젓가락질에 관련된 속설(?)이 증명이 된 셈이다.  엄마는 날 미국에 공부하러 보낸 걸 두고두고 후회하신다. 이렇게 미국에 눌러 살 줄 알았으면 유학 같은 건 절대로 안 보냈을 거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자식은 자식도 아니라고 서운함을 토로하신다. 한국에 가서 밥을 먹을 때면 내 젓가락질을 보시고 한숨을 쉬며 얘기하신다. 그렇게 젓가락을 멀찍이 위로 잡더니 결국 이렇게 평생을 바다 건너 떨어져 사는구나 하고 말이다.

이젠 그 옛날처럼 웃으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수 없다.  엄마는 나를 원망할 수 없으니 괜히 내 젓가락질이라도 탓하고 싶으신가 보다.

“……그러게……”  나는 말한다.

멀리 떨어져 일 년에 한 번 보면 많이 보는 부모님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오늘 식사를 하다가 젓가락을 식탁에  떨어트렸다.  엄마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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