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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04. 2023

멀쩡한 차를 강탈 당함-피해자 징벌하는 미국 자동차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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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에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 징벌하는 미국의 자동차 보험

4- way STOP Sign에서 정지하고 있다가 출발을 했다. 교차로 중앙을 거의 2/3 정도 지났을 무렵 오른쪽에서 오던 차가 스탑 사인 앞에서 멈추지 않고 돌진하다가 지나가던 내차  옆을 박은 것이다. 옆문 끝부분과 바퀴 윗부분이 조금 찌그러졌다. 경찰을 불렀고 경찰은 상대방 운전자에게 티켓을 발부했다.


100% 상대방의 잘못이었기 때문에 상대방 보험회사로 클레임을 했다. 그런데 한 달 동안이나 아무 일도 진척이 되지 않았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할 때마다 상대방 운전자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알아본 결과 미국의 보험 법은 보험 회사가 자신의 고객과 접촉하는데 필요한 시간으로 최대 30일을 허락한다고 한다.  30일이 지나면 자기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아도 클레임의 진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상대방 운전자는 계속 보험 회사의 연락을 받지 않았고 결국 한 달이 지난 후 클레임이 진행되었다.  


오토 바디샵에서 내가 받은 수리 견적은 $10000 가까이 나왔다!!  나의 상상을 훨씬 초과한 비용이었다.  찌그러진 부위도 넓지 않았고 정도도 심하지 않았다. Dent의 깊이가 심한 곳이 4-5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견적이 나온 것이다. 차는 여전히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었고 특별히 다른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견적에 80%는 찌그러진 옆면을 수선하는 것이었다.   유일한 기계적인 손상은 바퀴 축이 약간 굽어진 것인데 이 축을 바꾸는 비용은 $1700 정도였다. 그러니 옆문과 그 뒷부분을 고치고 페인트 칠하는데 $8000이 드는 것이다!!!

며칠이 지나 보험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Total Loss (폐차 처리)로 판명이 났다고 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소식이었다.  멀쩡한 차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내 차 가격을 $10000로 책정했는데 수선 비용이 차 가격의 70%인 $7000 보다 높기 때문에 Total Loss 처리해야 한단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도요타 미니밴은 마일리지로 보나 차의 상태로 보나 아직 10년은 충분히 잘 탈 수 있는 차였다. (실제 최근에 내가 처분한 혼다 밴도 18년 동안 이십만 마일을 탔고 몇 년은 충분히 더 탈 수 있는 차였지만 탈 사람이 없어서 계속 세워두고 있던 터라 처분했었다). 보험사에 전화를 해서 멀쩡한 차를 왜 폐차 처리를 해야 하냐고,  수리 내역 대부분이 코즈메틱(Cosmetic) 한 건데 그것만 고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차니까 수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수선 비용이 차 가격(Cash Value)의 70%가 넘으면 차 상태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Total Loss로 규정된다는 것이었다. Total Loss의 판단 근거는 오로지 비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직 10년을 문제없이 탈 수 있는 차를, 외관을 고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오니 폐차 처리 한다는 것이다(실제는 물론 폐차 처리를 하지 않고 누군가가 수선해서 다시 팔 것이다).  차를 보험회사가 가져가고 $10000을 차 가격으로 지불하겠단다.  어이가 없었다. 비슷한 차를 살려고 찾아보니 $10000이 아니라 $16000을 넘게 준다 해도 내 차와 비슷한 조건의 차를 살 수 없었다.  $10000이 아니라 $16000-17000로도 비슷한 차를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온라인 리스팅을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그랬더니 자신들이 지불하는 차 가격(Car Cash Value)은 'J.D Power' 나 'Kelly blue Book' 같은 자료를 근거로 해서 산출되는 것이지 내가 실제 구입 할 수 있는 가격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아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100% 자신의 고객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한 사고인데, 피해자의 차를 폐차 처리해야 한다면 적어도 폐차시킨 차와 비슷한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차 사고 이후 지금까지 2달 동안 겪었던 불편함과 시간적, 정신적인 피해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이런 횡포가 어디 있는가?

판데믹 전에도 Book Value와 실제 시장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었겠지만 판데믹 동안 중고차의 가격이 말도 안 되게 급등했기 때문에 book Value와 실제 딜러 쉽에서 구입 가능한 가격과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했다. 최근 몇 달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뉴스에 나왔지만 여전히 오르기 전과 비교하여 50%는 더 오른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 가격은 Book Value에 기초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부당한 사업원리 였다.     만약 보험회사에서 $16000-$17000을 준다고 했어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나는 당연히 고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받은 돈으로 비슷한 연도와 마일리지의 차를 살 수 있다고 해도 차 상태가 어떨지는 알 수 없고 또 내가 가진 차는 중고차 시장에 잘 나오지도 않아 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청책이 자기 회사의 이익에만 기초한 터무니없는 논리라고 생각해 자료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그들이 한 말이 사실이었다. 보험회사가 Total Loss로 규정된 차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비슷한 차(Replacement)를 다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book value에 기초한 차의 가격이었다. 


미국에는 주마다 Total Loss를 규정하는 기준이 다른데 보통은 수선 가격이 Car Cash Value의 80%, 75%, 또는 70%가 넘는 경우라고 되어있다. 불행히도 내가 사는 주는 이 %를 규정해 놓지 않고 보험회사에 일임하고 있었다 (아니, 왜??). 그러니 어떤 보험회사는 60%, 심지어 50% 즉 수선 가격이 차 가격의 50%만 되어도 차를 폐차시키는 곳도 있다고 클레임 담당 직원이 말해 주었다.   만일 자신이 가진 차가 문제가 많은 차였다면 오히려 이 폐차처분을 반길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직접 파는 가격보다 보험회사에서 지불하는 차 가격이 훨씬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그 반대인 것이다.    새 차로 구입해서 지금까지 잘 관리하고 탄 차라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  상대 운전자 보험 회사의 경우는 70% threshold를 사용했으니 그럼 수선 비용이 70%가 넘지 않으면 Total Loss로 규정되지 않고 수리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견적을 받은 바디 숍으로 다시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코즈메틱 한 부분은 색깔 등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도 좋으니 비용을 줄여 다시 견적을  뽑아 달라고 했다. 덴트가 아니라 페인트 스크래치만 있는 부분은 일단 견적에서 다 빼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이 제시하는 70%보다 $400이 더 낮은 새로운 견적을 가지고 다시 요청을 했다.

이번에도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다. 왜? 수선 범위를 임의로 변형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머리가 뜨거워졌다.  기계적인 결함을 수선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차 주인인 내가! 페인트 약간 벗겨진 정도는 수리를 안 하겠다는데 구태여 고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나에게 고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고치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만 견적 비용을 높여 Total Loss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아무리 전화로 항의를 해도 같은 대답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부차적인 수리 비용이 나올 수가 있다길래,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보험 회사에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내 비용으로 수리한다고 말했다. 그것을 문서화해서 사인하겠다고까지 이야기했지만 안 된단다. 왜??라고 했더니 한다는 말이 "there is no grey, only black and white"란다. 

.........

싸우기도 피곤하니까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먹기도 했다.   만약 내가 가해자였다면, 하다못해 부분적이라도 잘못이 있었다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조금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피해자가 아닌가.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해 두 달 동안 차 없는 불편을 감수하며 바디 숍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고 전화에 이메일에 시간과 신경을 쓰면서도 멀쩡히 잘 타던 차를, 10년은 더 타려고 했던 차를 말도 안 되는 헐값에 강탈당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  그리고 앞으로 차를 사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시간과 번거로움 이외에 세금과 기타 비용 포함해 $8000 정도는 내 돈을 보태야 한다.


그들이 나에게 제시한 유일한 다른 선택지는 일단 Total Loss로 처리한 후 내가 보험회사로부터  그 차를 다시 구입한 후  Savage Title을 발급받는 것이었다.   이 경우 그들이 제시한 차 가격에서 폐차 처리가 될 내 차 가격을 뺀  $6500을  우리에게 지불하고 그 돈으로 차를 수선하라는 것이다(폐차 가격이 무려 $3500이다).  그 후,  주정부가 정한 곳에서 보통의 Inspection 보다 더 엄격한 Ehaned Insepection을 받는다. 이 Ehaned Insepection을  통과하면  "Slavaged Title"을 발급받는다. 일반 Title 이 아니다. 

 Savaged Title 그 자체가 찝찝한 건 말할 필요도 없고 발급받는 과정도 골치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린단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을 들기가 어렵고 보험을 든다 해도  일반적으로 자차 보험은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나중에 차를 혹시라도 팔아야 할 경우 팔기도 힘들다.


다른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보험을 살 수 없는 것 때문에 이 방법은 선택할 수 없었다.   결국 상대방 보험 회사와 결론이 나지 않아서 우리 보험 회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같은 대답만 들을 뿐이었다. 도대체 피해자인 내가 차 가격의 70%가 안 되는 돈을 받아  내 돈을 보태 차를 고치겠다는데, 부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클레임 하지 않겠다는데 , 심지어 그걸 사인까지 하겠다는데 내 차를 수리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들은 대답은? "We don't do that."  

.......

도대체 왜 내가 살고 있는 주는 다른 주들처럼 법으로 %를 정해 놓지 않아서 보험회사가 사고당한 피해자들에게서 차를 헐 값으로 강탈하게 하는가?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양쪽의 보험 회사와 싸우는 것에  지쳤다. 찾아갈 수 있는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로 항의해도 그들이 그들의 내규를 내세우며 같은 말만 되풀이하니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State Insurance Commissioner에게 항의할 수도 있지만 법 자체가 Total Loss %를 보험회사에 일임하고 있고 Total Loss 지불 가격은 새로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고 명시해 놓은 이상 보험회사에 이로울 뿐이었다.   


보험이라는 제도 자체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제도인데 법규가 왜 이 모양일까?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시간과 정신적인 고통을 보상할 수는 없어도 오히려 피해자를 징계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미국 사회에서 너무도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경험을 한다. 내가 내는 보험료가 일 년에 3000불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당하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법규는 보험회사를 더 고려해서 만들어진 법이 분명하다.


오늘 아침 내 차를 토잉해 갔다. 멀쩡한 정들었던 내 차를, 10년은 더 타려고 했던 내 차를 강탈당했다. 무력감을 느낀다.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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