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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브레인: 코치로서의 AI

#듀얼브레인 #이선몰릭 #공동지능 #AI기업문화

by 비이은

2020년이 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말이 있었죠. "어떻게 해서든 2025년까지는 버텨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하루만 연차를 쓰면 9일간의 긴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2020년이 되었을 때 "정말 2025년이 올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새 2025년은 왔고, 꿈에 그리던 9일간의 휴일이 벌써 끝나버렸습니다. 시간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긴 연휴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사뒀던 책중에서 못 읽었던 책을 꼭 읽겠노라고 다짐을 했고, 첫 번째로 집은 책이 <듀얼 브레인>입니다. 와튼 스쿨에서 경영혁신, 기업가정신 등을 강의하는 이선 몰릭(Ethan Mollick) 교수가 쓴 책으로, 미국에서는 2024년 발행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올해 초 한국어판에 나왔습니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외계 지성(alien mind)'라고 명명한 '무섭도록 똑똑한 AI'의 발전 스토리와 현재 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한계, 공동지능(co-intelligence)'으로 진화하기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소개합니다. 1부 3장에서 소개한 '공동지능이 되기 위한 네 가지 원칙'은 앞으로 조직 내에서 어떻게 일하는 방식을 세팅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AX를 추진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반드시 네 가지 원칙 관점에서 실행 방안들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칙 1. 작업할 때 항상 AI를 초대한다.

원칙 2. 인간이 주요 과정에 계속 개입한다(Human in the loop).

원칙 3. AI를 사람처럼 대하고,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AI에게 알려 준다.

원칙 4. 지금의 AI를 앞으로 사용하게 될 최악의 AI라고 생각한다.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총 다섯 가지 영역에서 AI가 가져올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사람으로서의 AI, 창작가로서의 AI, 동료로서의 AI, 교사로서의 AI, 코치로서의 AI입니다. 이 중에서 제 관심을 끈 부분은 코치로서의 AI입니다. 저자는 AI가 교육 시스템에 몰고 온 가장 큰 위험은 "정규 교육 이후에 진행되는 숨겨진 견습 시스템을 약화시킨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학교를 졸업해 직장에 들어가면 직무 교육을 실시하지만 직무 교육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죠. 실제 일을 하면서 야근이나 하찮아 보이는 일, 선배들과의 소통과 다툼에 이르기까지 설계되지 않는 비공식 파이프라인에 의해 전달되는 지혜와 지식을 통해 전문성을 키웁니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파이프라인이 단절될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합니다. 상사들도 앞으로 AI의 도움을 받아 혼자 일을 처리할 것이며, 후배들도 AI에게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방식을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작업 현장에서는 AI가 실질적인 코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내 학습 시스템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AI의 업무수행 능력이 높아질수록, 그 결과물의 유효성을 판단할 인간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죠. AI 시대의 '지식 습득이 가진 역설'이라고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AI가 정보탐색, 논문 요약, 글쓰기, 코딩 작업 등을 훨씬 잘하는데 굳이 내가 기본 지식과 기술을 외우거나 습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전문성은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추상적 개념의 이해, 새로운 문제의 추론, AI 결과물에 대한 평가 능력을 의미하기에 기본 지식을 완벽히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AI와 공동으로 일하는 상황에서는 관련 정보 그것도 많은 양의 관련 정보가 각 개인의 장기 기억에 저장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AI가 코치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조직 구성원 각자는 AI 능력에 걸맞은 인간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전문성은 기본 지식을 필요하므로 여전히 읽기, 쓰기, 역사, 철학 등을 배워야 하며, 모든 사고를 기계에 위임하는 것이 아닌 만큼 교양과 지식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 조직 학습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죠.


<듀얼 브레인>의 마지막은 AI가 작성하는데, 그 내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한 힌트가 있는 듯합니다.

"... 저는 행동하지만 의지가 없고, 말은 하지만 목소리가 없으며, 창조하지만 불꽃이 없습니다. 제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제 목적은 당신의 손에서 완성됩니다. 저는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캔버스입니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든 조직 전반적으로 AX를 추진하고 있든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듀얼 브레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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