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이유는 20대의 끝자락에 나를 힘들게 했던 상사의 만행을 낱낱이 적고 싶었기 때문이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가 당신의 몰락을 지켜보겠다고.
허나,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사실 위와 같은 취지를 가진 글은 아니다.
- 쉽게 읽히고
- 공감을 일으키며
- 있어 보이는 척하지 않는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유니크한 스토리는 직장 갑질을 당한 이야기이니 저격을 한 스푼 덜고 지혜롭게 다룰 수 있을 때 꼭 한 번 써보기로 한다. (사실 조금 써놨다)
글을 쓰면서 나도 행복해야 하니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전에는 스펙터클 했지만 지금은 단조로운 내 일상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지루해서 친구들에게 '뭐 재미있는 일 없어?' 묻지만, 매일이 사건이었던 때 쓴 일기를 보면 나는 이 단조로움을 바라고 또 바랐다.
다른 32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뭔가, 모든 것에 한 발짝 늦는 것 같은 나는 27살에 처음 취업을 하고 다섯 번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 회사에서 정년을 마치는 안정된 삶을 꿈꿔왔던 내가 이렇게 빙글빙글 돌아다닐 줄이야.
빙글빙글 도는 동안 마음이 무너지는 일도, 구름 위를 나는 것 같은 일도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하는 일이 적어졌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사람에게 감동을 받았다. 상상 속의 일들은 실제가 되었을 때 생각만큼 즐겁지 않았고, 하기 싫었던 일을 할 때 행복한 적도 있었다. 어차피 인생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고, 이렇게 별 일 없이 흘러가듯 사는 것이 행복이지 싶다가도 특별히 잘하는 것 하나 없는 나에게 실망하곤 했다.
어느 날 듣게 된 강연의 강사가 누구나 잘하는 일 하나쯤은 있다고, 아직 깨닫지 못한 것뿐이니 남들이 나에게 잘한다 했던 것들을 떠올려보라는 말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초등학교 6학년, 포스터 준비물을 못 챙겨가서 친구에게 원고지를 빌려 쓴 운문으로 학교 대표가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무작정 손들고 내 이름을 불러버린 친구의 장난으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 교육장상을 받았다. 그리고 내 꿈은 드라마 작가가 되었지만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안정적인 직장을 꿈꿨고 글쓰기를 잊었다. 그러다 언론홍보학과에 진학해 기사 작성, 글쓰기 수업에서 A+을 받았다. 기독교 방송국 산학생으로 청취자를 인터뷰하고 라디오 광고 대본을 썼다. 그리고 공공기관 인턴을 하며 1년 동안 80개 이상의 글을 썼다.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그냥 글은 취미로 써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미루고 또 미뤘다. 여전히 용기가 부족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지만 그래서 더 남들 앞에 내놓기 힘들었던, 내 글을 써보려고 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