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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May 03. 2022

부처님오신날, 세검정 - 옥천암

매일의기록

매일의기록매일의기록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세검정 - 옥천암 일대의 밤이 가장 아름다울 시기가 되었다.

홍지문 근처에 살 때 '홍지문 - 옥천암' 정류장 말고, 부러 '상명대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 돌아오던 기억. 정류장에서 내려 세검정교차로에 이르면 괜히 사방을 한 번 살핀다. '우리 동네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지.'



상명대학교로 오르는 길을 오른편에 두고 홍지문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 걷는다.

홍제천 건너엔 유명한 중국집 팔선생이 있었고, 멀찌감치 등성이를 오르던 탕춘대성을 우측에 끼고 경건한 맘으로 홍지문을 지나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군.' 하루를 마감하는 의식을 치르고, 수퍼 아주머니께 인사하고 계단을 올라 집으로.



어느날엔 상명대학교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살짝 올라 동네에서 유일했던 편의점을 향했다. 봉투를 열기 위해 한참이나 호호 그 입구를 불어대던, 약간 미숙해 보였지만 정감 가던 알바생이 있던 곳. 

그가 봉투의 입구를 찾아 온전히 물건을 담기 위한 모양을 만들 때까지 나는 찌푸리지 않고 늘 기다렸는데, 가끔 점주는 그를 나무랐다. 한밤중에 급하게 살 것을 해결해주던 동네의 유일한 곳 앞에서 그런 것 쯤이야. 그에게 왠지 정이 갔었다.



홍제천은 북한산의 머언 줄기와 인왕산자락을 가른다. 북한산 줄기 쪽 옥천암부터 세검정교차로에 이르기까지 산자락에는 작은 절들이 몇 개 있었는데, 산자락과 동네 도로 변에는 연등행렬이 쭈욱 이어져, 밤산책 하던 이에게 한 달 가량 축제와도 같은 불빛들을 선물했어.


그 동네를 떠나온지 한참. 눈을 감고 그 때의 기분을 가만히 그려본다.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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