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기록
재수하고 남들보다 1년 늦게 들어간 대학교. 그리고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도시 중 하나였던 전주.
나의 학교는 여름방학 때 외국 선수들과 스텝들에게 학교의 기숙사를 내어준다고 했고, 6월 초에 시작한 대회 덕분에 우리의 1학기는 5월 말에 끝났다.
대학교 첫 학기가 3개월 만에 끝나다니. 여전히 모두가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는 한일 월드컵의 열기와 들뜬 분위기, 그를 포함해 왠지 많은 것이 어수선한 2002년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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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끝나고 월드컵 개막전이 바로 시작. 다른 학교 학생들에겐 기말고사 기간이었겠지만 우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월드컵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스케줄을 제공했다(물론 기말고사 기간이었어도 월드컵에 집중했겠지).
티비에서 보던 서울의 모습, 월드컵의 열기. 전주 시청광장에 한 번 나가본 것이 전부였던 내겐 다른 세상 같았는데, 다만 이 축제의 분위기를 나도 인지하고 있다는 정도.
뭔가가 계속 붕- 떠있는 것 같던 6월 한 달이 지나갔다.
모두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고 덩달아 들뜬 마음이었지만, 막상 나의 발밑은 1년 늦게 들어간 학교와 그 안에서 어색하게 적응하지 못했던 시간들로 채워져 있었다.
매일매일, 순간순간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잘 기억해낼 수는 없던 어떤 순간에 느끼곤 했던 나와 그곳의 부조화.
어색하게 한 학기를 마치고, 월드컵 분위기 속에서 잘 버티어냈던 시간들도 지나고,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건 뜻밖에도 지금껏 잘 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드라마였는데.
어떤 드라마에 대해서는(내가 빠져드는)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작가의 이야기, 연출가의 연출, 배우의 힘에 이끌려 그들에게 손쉽게 설득되고야 만다는 이야기를 하려다 한일 월드컵까지 나와버렸… ㅎ
월드컵 직후 시작해 나를 힘껏 위로해준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 를 말하기 위해서.. 하하. 그랬어, 뭔가 이전 드라마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고 나는 쉽사리 그것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뭔가 어색해보였던 배우들의 연기와 드라마의 이런저런 부분들이, 나중엔 그것에 온전히 설득되고 빠져들게 되는 한 부분이 되어버리다니.
네멋대로 해라의 그런 것들은 이후 같은 작가의 '아일랜드'로 이어졌고, 이후에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드라마들이 있었을 거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난 꽤 설득이 잘 되는 사람..
그렇게 드라마들에 빠져들고 설득되던 시간들이 있었고 지금은 그것이 '나의 해방일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을 이렇게나..
중요한 이야기보다 서두를 참 길게도 썼다. 거두절미하지 못하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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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 하나,
네멋대로 해라 에서 공효진 동생으로 나왔던 배우가 지금 나의 해방일지에서 이민기 친구 현아 역으로 나오는 배우와 동일인물이다~ (전혜진 배우)
다들 몰랐을걸? ㅎㅎ 그냥 그렇다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