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werzdx May 10. 2022

봉명주공

매일의기록

"이곳에 살고 있는 여러분, 주위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저에게도 OO주공아파트단지는 선물 같은 곳입니다.


예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데요.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중간 중간 벤치에서 잠시 쉬면서 보게 되는 집 앞 가꾸시는 어르신들 모습도, 놀이터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도 참 정겨웠습니다."



"OO시장 자격으로 말씀드립니다. OO주공아파트는 재건축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의 모습 그대로 갑니다. 주민 여러분들의 불편함은 집수리와 일부 리모델링으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상당수의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더 많은 돈을 얹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재건축은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봉명주공 시사회에 다녀왔는데, 이런 결정을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 ㅎㅎㅎ

.



"우리는 이사 가고 싶지 않지. 재건축 하면 여기 못 살어. 천천히 운동하러 다니기도 좋고 참 좋은 곳인데, 조합장 놈이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야지 자기 잇속만 챙기려고 드니까 참나."


감따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들도, 이삿짐 차가 들어가려면 나무를 잘라내야만 했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단지 안의 돈이 되지 않을 나무들은 거의 다 밑둥이 잘려졌다. 거대한 꽃나무의 밑둥이 잘렸고, 잘린 나무는 중력 때문에 빠른 속도로 기울어지며 땅을 향하는데,


상대적으로 깃털 같은 무게를 가진 꽃잎들은 빠른 속도로 지구의 핵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중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가지에서 분리, 잠시간 공기 속을 부유하며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무서운 속도로 지구핵을 향하던 나무기둥과, 되도록 자신의 높이에 머무르려는 꽃잎들이 각자 어떤 모습들을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 굳이 어떤 경계를 정해두지 않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