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기록
진영면옥. 올 여름이면 생긴지 2년쯤 되는 독산동의 평냉집이다.
처음 생겼음을 알고는 마음 속으로 환호했지. 앗싸! 사무실 근처에 평냉집이!! 을지로, 충무로 부럽지 않겠군.
사무실에서는 도보로 거리가 좀 있어 자주 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평냉집이 있다는 건 괜히 안정감을 준다. 안정감? 이게 맞나. ㅎㅎ
2021년 봄에 처음 방문하고, 겨울 언젠가 한 번 더, 그리고 오늘은 국장님과 방문(사무실의 다른 전사 한 명은 코로나에 걸려 자택행, 이제 나 혼자만 살아남음).
"국장님, 이제 점심 빨리 먹고 올 이유도 없는데 다른데 가면 어떨까요~?"
"어디 갈까요? 자양쌤 좋아하는 그 평양냉면집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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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방문까지만 해도 11시 조금 넘어 도착하면 줄 서지 않고도 먹을 수 있었는데, 12시 다 되어 가긴 했지만 예닐곱의 대기팀들이 무려 가게 밖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아아..
맛과 가성비 측면에서 충분히 곧 손님이 많아지겠다 싶긴 했는데, '이곳 독산동에도 이렇게 평냉 좋아하는 사람이 많단 말인가?'
원래 식당에 절대 줄 안서고 그냥 다른데 가는데, 평냉을 처음 접해보시는 국장님을 위해 기꺼이 웨이팅. 30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진영면옥이 스타터에게 썩 괜찮은 곳이기도 하고, 나로 하여금 '평양냉면은 처음엔 원래 이렇지만, 조만간 반드시 생각나실 거예요.' 와 같은 구차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함께 주문한 녹두전과 함께 국장님과 나는 물냉면을 빠르게 비워냈다. 썩 괜찮다, 양이 꽤 많다와 같은 말들을 나누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동네 투어-
며칠 남지 않은 이 곳에서, 그간 일하느라 못 본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
식당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중에, 계절 따라 바뀌어가며 주변의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나무들이 좋았다.
파아란- 하늘, 2층집 지붕, 2층집 벽, 줄에 걸린 빨래들, 2층의 난간, 1층집 벽, 벽돌담 위의 장독대, 1층집의 담, 그리고 담벼락 밖의 나무와 화분들이 차곡차곡 겹쳐진 레이어 같아 보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