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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Oct 03. 2020

망원역 2번출구

이사일기(2010-2020) - 1. 망원동 (2010.02)

망원역 2번출구


   집은 어떻게 구할지, 무슨 일을 할지, 집값과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할지 등 우린 기본적인 계획도 없이 그저 더 넓은 기회와 환경을 기대하며 서울로 올라갈 생각에만 빠져있었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셋이서 그저 음악을 해보겠다고 아무 준비도 없이 함께 서울로 올라갈 결심을 하다니, 10년 전 일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만화나 청춘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평소 모든 것에 주저하고 답답한 성격이었던 나인데, 이번 사안만은 일사천리였다. 주변 친구들이 ‘대단하다’를 연발할 만큼 미련도, 주저함도 없어보였나 보다. 세상 그 어떤 일보다 내가 공을 들여가며 정성이었던 미모의 기타 수강생과의 레슨 시간도 미련 없이 정리할만큼 나는 단호했다.


   동석군과 나는 둘이 합쳐 겨우 보증금 5백만원을 만들었고, 2010년 1월 11일 대망의 집 계약일. 동석군의 여자친구가 알아봐준 우리의 집은 망원동이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연하러 자주 다니던 홍대, 합정의 옆쪽이었다. 고속터미널에서 약수역으로, 약수역에서 망원역으로.


   계좌이체하면 될 것을 망원역 2번출구 하나은행에서 수표도 아니고 만원짜리로 보증금 5백만원을 찾아 신문지에 꽁꽁 싸서 가방 깊은 곳에 넣어두고, 책으로 안 보이게 감싸고, 그래도 불안하여 가방은 앞으로 메고 계약하기로 한 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계약할 집은 망원시장 입구 바로 옆 옥탑이었다. 지금은 흔하고 핫한 이름이 된 망원동, 망원시장. 집으로 향하는 길 양쪽에 늘어서있던 먹거리들과 이윽고 우측에 보이던 망원시장 정문은 우리에게 어떤 안도감을 주었다.


   “보증금 500에 30만원이라고?”

   “어”

   “옥탑이고 방 하나라며 서울집이 비싸긴 비싸구나.”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와 연락을 하고 건물에 들어서려는데, 건물 입구에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가 눌린 머리를 긁적이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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