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기록
“결혼식 없이 반지 하나만 나눠끼고 부부가 되었어요. 결혼식과 신혼집에 들어갈 돈으로 카페를 차린 거예요." 언젠가 찾아봤던 인터뷰.
인터뷰 속 인터뷰어처럼, 나도 카페 부부에 가보고는 돈 많은 사람이 편하게 하는 카페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ㅎㅎ
디자이너였던 부부는, 부부만의 생각과 가치관이 담긴 물건이나 서비스를 자가생산해보고자 평범하지 않은 출발을 선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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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일 프로젝트 팀 활동 중 내가 수거를 맡고 있는(우유팩) 카페 무슈부부 커피스탠드-
현재 모습의 전신인, 몇 년 전까지 망원역 2번 출구에서 시장 가는 길 중에 우측으로 꺾어 들어가면 있던 카페 부부의 이야기다.
무슈부부 커피스탠드는 원래 내가 수거하던 가게는 아니었다. 수거하고 있던 분이 사정이 있어 내가 대신 맡게 된 후로 내가 계속- 마침 합정점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2~3분이면 닿는 거리이기도 했고.
합정점을 맡아 수거했었는데, 요즘엔 잠시 휴업하고 있는 합정점 대신 4월 쯤 여신 것 같은 망원한강공원 근처 2호점 우유팩을 수거한다.
집과는 한참 먼 곳인데 요새 한강 쪽에도 자주 나갈 겸 계속 하기로 했어. 또 이곳은 그러고 싶은 맘이 드는 곳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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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혹은 10일에 한 번, 모인 우유팩을 수거한다(화목일 프로젝트는 성산-망원-합정-서교동 일대에서 재활용되기 어려운 우유팩을 수거, 주민센터나 알맹상점 같은 곳에 갖다주고 받은 휴지를 기부하는 활동을 한다).
가게에 수거하러 가면 이뤄지는 모션은 - 새로운 한 주간 쓰일 수거가방을 직원분에게 전달하고, 나는 한 주 동안 모인 우유팩이 담긴 수거가방을 그에게 받고. - 가게에 머무르는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정은 잘 알 수 없지만, 확실히 합정점 때보다 일하는 분도 많아졌고, 손님도 훨씬 많아진 것 같다. - 모이는 우유팩 주기를 보면 알 수 있지. ㅎㅎ 그리고 합정망원 쪽 유동인구는 이제 겨울 제외 망원한강공원 나가는 길이 제일 빠르게 늘어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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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먼 길을 왕복하며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우유팩을 수거해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불편한 일이지만, 어떤 연유로건 인연을 맺은 곳이 더 잘 되는 것을 보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많은 우유팩을 씻고 말려 배출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인데 참 고마운).
최신 트렌드가 흐르는 듯한 에스프레소 바이지만, 손님으로 가기엔 좀 주저하게 되는 곳이지만, ㅎ
늘 기분 좋게 인사해주시는 사장님과도 친해질 꺼리를 만들어야겠어. ㅎㅎ
우유팩이 든 가방을 들고 집 쪽으로 향하려는데 마침 일몰 시각이 다가왔고, 오늘도 습관처럼 해지는 방향을 바라보는데, 당연히도 서쪽으로 - 유수지 쪽으로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유수지 버스정류장 옆으로 다가가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눈 아래에 두고 넘어가는 해를 바라봤다.
조금만 더 있으면 태양은 완전히 꿀꺽 넘어갈듯 하며 주위를 바알갛게 물들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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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쪽으로 나가볼까, 넘어가는 모습을 볼까 하다가 넘어가기 전에 휙 뒤돌아서 얼른 집 쪽으로 걸어왔다.
오늘은 이런 모습, 내일은 또 다른 모습. 매일 다른 모습들을 담아두고 싶어서. ㅎㅎ
요즘엔, 참 하늘 보는 재미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