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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un 02. 2022

전주 나들이

매일의기록

"자양이가 멀미를 너무 심하게 해서 토하고 다른 건 다 안 먹는다 하는데, 음료수 봉봉만 겨우 먹네요. 이건 괜찮은가봐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유치원에서 부곡하와이를 갔을 때였다고 한다. 멀미를 심하게 해서 다 토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나를 케어하던 수녀님께서 엄니에게 해주셨다는 말. ㅎㅎ


오늘 예정에 없던 전주 방문. 점심 먹으러 베테랑 분식 가는 길에 정말 오랜만에 전동성당 앞을 지났다. 나는 전주 전동성당 안에 있는 성심유치원, 성심여고 건너편에 있던 상아탑학원 출신이다. ㅎ 오랜만에 그 앞을 지나면서.



전동성당 건물은 공사중이었다. 오래전에 성당 건물에 큰 화재가 나서 공사한 적이 있었던 것 같고, 이번에는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는데 안전 펜스가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오랜만에 성당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내가 다녔던 성심유치원 건물 앞에 한 번 가보고, 성모동산 위치도 나 어렸을 때와는 달라진 것 같고.


유치원 건물과 그 앞에서 뛰어놀았던 풀밭은 여전한 것 같았다. 35년 전의 일이라니.. 정말 아찔하다. ㅋ



아주아주 오랜만에 칼쫄만 먹으러 베테랑분식에 갔다. 확장된 모습이 여전히 적응되지 않아. 22년 전 2,500원이었던 칼국수는(2,000원이었던가?) 8,000원이 되었다. 칼국수 그릇이 바뀌었고 양도 좀 줄었다.


이젠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여기 와서 먹는대로의 느낌이 있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맛에 먹어보고 실망하는 사람도 많지만 내게는 22년 전 추억 때문인지 여전히 맛있어. 다만 만두소가 전보다 좀 질었던 느낌이다. 흠. ㅎ



상아탑 학원에서 재수하던 시절 일주일에 두 번씩은 갔다. 서빙하시던 분은 그 뜨거운 칼국수 그릇을 맨손으로.. 굳이 저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늘 들었는데, 이젠 손으로 잡아도 별로 안 뜨거운 그릇으로 바뀌었네.



상아탑학원 자리는 건물이 있던 곳에 길이 난 것 같다. 전에 와봤을 때 학원 자리였던 곳을 자세히 살피지 않았어서 어떤 변화를 거친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음. 1년 동안의 기억이 없어져버린 느낌이 좀 어색하다.


경기전은 이제 입장료를 받고 있어서 쉽사리 들어갈 맘이 생기지는 않고. 너무 깨끗이 정돈된 느낌의 중앙초등학교  돌담길도  어색한 느낌이 든다.


경기전 돌담길 중반쯤에 있는 카페 더스토리는 아마 내가 재수할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그 이름과 모습 그대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때도 카페였던 것 같다. 오랜만에 방문.



얼마 남지 않은 전주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고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가게 되어 연락도 못해 아쉽네..


다음엔 나도 여행자의 입장으로 여유롭게 일정을 잡아 느긋한 맘으로 전주에 가겠다. 이젠 그래도 될만한 시간이 된 것 같다.


경기전 돌담길 옆을 걸으며, 게으른 오후 활동할 때 우리 노래 '동문거리' 가사를 흥얼거렸다. "한옥마을 지나 경기전 돌담길, 너를 처음 만난 그곳에서~"



풍년제과에서 전병을 사왔다. 땅콩전병, 깨전병 등등. 땅콩전병을 내가 갖고 올라왔다. 땅콩 함량도 너무 많고, 너무 고소하고, 맛있는 풍년제과 땅콩전병. 오도독, 오도독.


전주 풍년제과의 시그니처는 초코파이가 아니라 전병입니다. 늙은이 같아 보이긴 하지만, 이건 리얼입니다. 아 맛있다~ ㅎㅎ - 전주 사람의 변(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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