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기록
평일, 오후, 동네. 별로 어색한 단어들은 아니지만, 평일 9 to 6 일을 하는 이에겐 참 생경한 느낌의 단어조합이다. 평소에 접할 일이 거의 없으니.
지난주와 이번주 초 평일 오후에 동네를 돌아다녀보니 처음보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끔 연차를 써도 어딜 가거나 종일 집에 있거나 하니 평일 오후에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건 새로운 경험.
특히나 서울에서 살았던 동네만 해도 열 곳이니, 더욱 새로울 수 밖에. ㅎ
4시 즈음 동네를 천천히 산책하여 집으로 오는 길. 평소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코끼리 카페 부근 이자카야 앞에서 주변 가게 주인인듯한 분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직장인들의 점심 먹고 난 후의 시간과도 같았겠지? 시시콜콜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로부터 잠시 해방되어 나를 충전하는.
집 쪽으로 좀 더 걸어오니 열려있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사무실 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재미있었다. (아마도) 뭔가를 제안하러 온 듯한 분이 그 당사자가 자리하기 전 열심히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정리하고 있던 모습, 왠지 등 뒤로 긴장감이 느껴지는. ㅎ
그 분의 이야기가 성공했기를, 그런 자리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집 가는 길목에 있는 카페에선 사람들이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고, 누군가는 심각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수요일이어서인지, 밀토니아 빵집엔 그 시각 대비 평소보다 많은 빵이 진열대에 남아있었고, 한아름 사들고 오고픈 맘을 꾹 눌러 참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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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즈음엔 뭘 해야 하고, 이때쯤 되면 어떤 상태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런 익숙한 타임라인에서 멀어진지 오래인 나는, 왠지 지금 해야 하는 선택들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남들이 거치는 카테고리와 타임라인을 살짝 경유하는 척이라도 할 것인가, 해온대로 남 신경 안 쓰고 혼자서 쭉 갈 것인가.
어차피 나 하고싶은대로 할 거면서, 그래도 선택의 기로에 서면, 고민하는 척은 해준다. ㅎㅎ
집 앞 동네를 지나 오늘은 조금 이른 시간에 한강으로 나섰다. 한강에서 골든아워를 맞이하는.
역시 사진은 골든아워에 찍어야 하나보다. 카메라 들고 전문적으로 사진 찍는 분이 계셔서 옆에서 잠시 관람. ㅎㅎ
늘 고민 때문에 깊은 생각을 해보려 한강에 나가지만 모여서 즐거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 때문인지 덩달아 나까지 살짝 들뜬 마음이 되어 돌아온다. 방에 들어오면 고민은 다시 시작...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