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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Oct 08. 2020

겨울 지나 봄

이사일기(2010-2020) - 1. 망원동 (2010.02)

겨울 지나 봄


   우리 팀 ‘게으른 오후’. 서울에 올라오면 모여서 합주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더 많이 하고, 레이블 형들도 더 자주 만나고, 자유로운 서울생활도 즐겨보는 것이 계획이자 꿈이었다면 -


   살 집과 일자리를 구하고, 옥탑과 반지하(다른 멤버의 집)에서 추운 겨울을 견디는 것은 멤버들 각자가 맞이한 현실이었다. 2~3월 중에는 직장도 구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되도록 공연스케줄도 잡지 않았다.


   행정인턴이기는 했지만 처음 다녀보는 회사에서의 시간들로 몸과 마음이 분주한 2월과 3월의 몇 주가 지났다. 잘 때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써야 했던 싸늘한 겨울도 조금씩 지나고, 어느덧 한낮과 오후에는 방 창문으로 제법 따뜻한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다른 집들도 이렇게 추웠을까? 어쨌든 봄이 오긴 오네.”


   옥탑에도 봄은 오고 있었다.


   옥탑에서 살기 좋은 계절은 1년에 넉 달 정도다. 4~5월과 9~10월.

봄과 가을은 옥탑생활자들에게 선물과도 같다. 휴일 아침 옥탑의 가장 큰 유일한 장점인 빨래를 마당에 널어두고 여유롭게 거리의 풍경을 바라본다거나, 어디선가 구해온 아령과 역기를 이용해 간간히 운동을 한다던가, 비오는 날 비가림막 아래 의자를 놓고 마당에 떨어지는 비를 보며 상념에 젖는다던가. 일반 집에서는 하기 어려운 경험들.


   그렇게 봄이 지나가는 동안 우리의 생활도 조금씩 틀을 잡아갔고, 이곳저곳 공연도 다시 시작했다. 공연을 하려면 자연스럽게 합주실도 필요했기에, 우린 주변 음악/공연 동료들(?)에게 망원동의 적당한 합주실을 문의했고, ‘ㅇㅇ프레소’라는 곳을 추천받았다.


   그 합주실은 망원동의 중요한 랜드마크 중 하나인 대지약국(얼마 전에 없어졌음, 망원동ㅌㄹㅁㅅ가 들어오려 공사중)에서 한강 방향으로 걸어가면 보이는 한국야쿠르트건물 지하에 있었다(현재는 성산동으로 이사한 듯). 합주실의 이름만큼이나 부드러운 커피거품을 떠올리게 하는, 선한 인상을 가진 사장님이 우리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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