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오늘은 오래 전부터 알던 누군가에 대한 기억 하나.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그는,
원인을 잘 모르겠어서 막상 나와보면 뭔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https://youtu.be/tGtSc7sAmV8?si=kcW-j0dehVLRQCqB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2008~09년 즈음 블레이어라는 인디음악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였다.
그의 노래 '비 내리던 날'은 그의 친구였던 Jigo님의 '고양이'와 함께 그 플랫폼의 최상위권에 늘 자리하고 있었고, 늘 정말 좋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는 늘 3~40위권 정도 머무르고 있었고. ㅎㅎ
그리곤 이듬해 본격 음악을 한답시고 동료들과 서울에 올라가서 생활을 시작하던 해, 한 공연에서 그와 공연자로 함께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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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 2번 출구 방향에 소노팩토리라는 카페가 있었다. 블레이어에서 주최한 그 공연에서 공연자로 함께 만났고, 공연 마치고 뒤풀이 자리도 짧게 가졌다. 2번 출구로 오는 길에 있던 맥주집에서(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평소 모습과 이미지 답게 정말 조용했다. 공연을 할 때도 멘트로 관객을 꼭 웃겨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던 나에 비해.
실력자라면 사실 공연에서 다른 말은 할 필요가 없다. 관객을 압도하거나 감동시킬 깜냥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나 관객을 말로 웃길 요령이 필요했지. ㅎ 별로 재미도 없으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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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에서 했던 말들이 조금은 기억난다. 그는 기타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고, 어디엔가 살고 있다고. 나는 무슨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디에 살고 있다고.
큰 결단과 도전 없이 각자 회사를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음악을 한다고 머물러있던, 어쩌면 처음부터 취미생활 같았던 우리들이, 내가 감히 상상할 수는 없던 그런 세계.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후에도 나는 그의 음악을 계속 들었다. 그런(?) 류의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듣는 이에게 그의 음악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그런 것이다. (프롬투에서는 그의 노래가 매일 나온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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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가 이번 싱어게인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주목을 받으며 활동하게 된다고 해도,
그게 그가 예심 때 말했던 그 의문에 대한 답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스스로 찾아내던지, 혹은 그 의문에 대해 답하면서 또 멋진 노래들을 만들어낼 것다. 그는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오랜만에 Jigo님의 '고양이'도 듣고 싶은데,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