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방터시장-옥천암-홍지문-세검정-백사실계곡-윤동주문학관
서울산책 #1 :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포방터시장 - 옥천암 - 홍지문 - 세검정 - 백사실계곡 - 윤동주문학관
(2) 세검정 ~ 윤동주문학관
(1편에서 이어짐)
가만히 서서 왠지 주위를 한번 쭉 둘러봐야 할 것 같은, 세검정교차로에 서서 종로에서 오는 방향, 홍은동으로 내려가는 방향, 상명대학교로 올라가는 방향, 그리고 평창동으로 올라가는 방향을 조망해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평창동 방향으로 약간 걷다가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을 만나는 지점에 세검정이 등장합니다.
조선 영조 때 건립되었다고 알려진 세검정은 인조반정 때 이귀, 김류 등이 광해군의 폐위를 모의하고, 거사 후 이 곳의 물로 칼을 씻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세검정은 '멋진 곳',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동네'로 유명하죠.
제가 '세검정'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토이(Toy) 1집에 수록된 연주곡 이름을 통해서였습니다. 앨범 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곡이며, 곡에서 말하는 곳이 이 곳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고개를 끄덕끄덕 했지요. ^^
홍제천변에 서서 세검정을 잠시 바라보며 세검정이 가진 이야기도 떠올려보고, 세검정 옆 빌라에 사는 사람들 조금 부러워도 해보며 백사실계곡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이 구간부터는 서울의 '걷기 좋은 길'로 많이 소개될 정도로 아름다운 길입니다(와보시면 모두들 인정하실 겁니다!). 길에 접어들자마자 맛있는 음식점 송스키친을 만날 수 있습니다(가고 싶어라..).
세검정성당을 지나 홍제천변, 주위 환경과 어우러진 집들의 모습, 아름다운 풍광을 받아들이며 걷습니다. 자하슈퍼를 지나 자하주택 앞에 다다르니 이 날은 (아마도) 단편영화 촬영을 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홍제천변의 거의 최상류에 해당하는 이 곳의 천변을 바라보며, 올 때마다 너무 좋은 느낌을 받는 이 곳을 고즈넉한 마음으로 걷습니다.
왼 편에 신영교를 만나게 되는 지점에 백사실계곡으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편의점을 끼고 우회전합니다. 이 길이 맞나? 하고 생각하게 될 즈음 '백사실등산로'라는 이정표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지금까지 평지였던 산책길에 약간의 오르막이 더해집니다. 기분 좋은 숨가쁨을 느끼며 오르다보면 현통사라는 절을 만나게 되죠.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걸으며 해설사분과 함께 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무리지어 걸을만큼 좋은 곳입니다.
오던 방향으로 계속 걷습니다. '서울 안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놀랄만큼 좋은 곳입니다. 서울의 내사산(인왕산, 북악산, 남산, 낙산) 중 북악산의 복사면에 위치한 백사실계곡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될만큼 깨끗한 물과 숲, 아름다운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곳입니다. 백사실은 백사 이항복이 어린시절 공부하던 곳으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걷다보니 각각 능금마을, 별서터, 백석동천으로 항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합니다. 저는 백석동천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동천(洞天)은 신선이 산다는 별천지를 뜻하며 청운동의 도화동천, 가회동의 청린동천, 인왕산 자락의 청계동천, 성북동의 쌍류동천 등이 있는데, 백석동천은 백사실계곡 일대의 지역을 지칭합니다. 청와대와 가까운 이곳은 개발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많이 받아 그 모습의 잘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산길을 마무리하고 포장도로로 올라섭니다. 응선사, 수미정사, 예쁜 카페들을 지나 걷습니다. 이 곳은 사실 차를 가지고 와서 데이트하기 좋은 곳이지만 걷는데도 불편함이나 어려움은 없습니다. 예쁜 경관을 천천히 바라보기에는 천천히 걷는 것이 더없이 좋지요.
걷다보면 유명한 카페 산모퉁이가 나오고, 건너편에는 심야에만 연다는 맛있는 오뎅집이 보입니다.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경관은 '이제 조금만 더 걸으면 다시 도시가 나타날 거니까 준비하세요' 하는 느낌을 받게 하죠. 마음의 준비와 함께 주위에서 조금 쉬어가도 좋겠습니다.
산모퉁이 카페에서 왼편 내리막길로 걷다 보면 오른편에 보이는 길로 내려갑니다. 박노해시인이 설립한 나눔문화에서 운영하는 라카페갤러리 등 몇 개의 멋진 공간들을 지나면 환기미술관이 보입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전시를 관람해도 좋겠습니다.
환기미술관 정문으로 나와 왼편으로 향하면 부암동의 유명한 음식점들(자하손만두, 계열사, 사이치킨), 카페(클럽 에스프레소)와 함께 창의문(자하문)을 만날 수 있고, 오른편으로 향하면 서울미술관으로 향할 수 있는 횡단보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모두 마지막 지점인 윤동주문학관을 향하는 길입니다.
이날 저는 서울미술관 쪽으로 향했습니다. 서울미술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르는 코스 중의 하나인가 싶을 정도로 관광버스와 관광객들이 자주 보이는데요. 이 날은 한가했습니다.
밤에 만나는 이 주변 풍경은 카페들의 불빛과 함께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고요, 경복궁 방향으로부터 이곳을 지나는 1020, 7022, 7212 버스를 타면, 부암동주민센터 앞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하강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무슨 뜻인지는 와보시면...^^;)
부암동주민센터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멋진 공간 무계원도 만날 수 있고, 공방이나 카페들도 있구요. 북악스카이웨이3교와 창의문이 보이면, 마지막 코스인 윤동주시인의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입니다.
문학관에 가기 전 윤동주시인의 언덕에 먼저 올라봅니다. 서울성곽이 지나기도 하는 이 곳에 오르면 주위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서시' 시비도 보고, 윤동주문학관으로 내려와 코스를 마무리합니다.
윤동주문학관 앞에서 경복궁 방향을 바라봅니다. 아파트 건물 위로 남산과 서울타워, 그리고 서울 중심부가 아득하게 보입니다. 아름다운 서울의 중심부를 무분별하게 가리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산책을 마무리하며, 경복궁역으로 나가는 버스를 탑니다. 출출해진 친구와 나는 통인시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시장으로 항합니다. 오랜만에 그 유명한 기름떡볶이도 먹고, 잠시 동네구경도 해봅니다.
이번에 진행한 코스 다음으로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경복궁, 서촌, 통인시장을 지나 수성동계곡에 이르는 코스를 남겨봐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