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방터시장-옥천암-홍지문-세검정-백사실계곡-윤동주문학관
서울산책 #1 :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포방터시장 - 옥천암 - 홍지문 - 세검정 - 백사실계곡 - 윤동주문학관
(1) 포방터시장 ~ 홍지문
'서울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산책하기 좋은 서울의 곳곳을 살펴보려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아름다운 동네를 가보도록 하죠.
이 곳을 첫 번째 장소로 정한 것은, 3년 전쯤 제가 살았던 동네여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산책하기 좋은 동네'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세검정, 부암동 일대는 청와대와 가까워서 개발 제한으로 인해 자연이 그 모습을 많이 남겨놓고 있기도 하고, 호화로운 집들이 모여있는 평창동 방향보다는 덜 위화감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백사실계곡의 존재는 이 근처 주민들에게는 큰 선물이기도 하죠(평창동 보다는 덜 하겠지만, 집값 비쌉니다. 네.. ㅎ).
이 산책 코스는 홍은동의 포방터시장부터 시작하여 홍지문, 세검정, 백사실계곡을 거쳐 윤동주문학관(윤동주시인의 언덕)까지 가보는 것입니다(약 2시간~2시간 반 소요). 날씨 좋은 휴일 아침, 혹은 이른 오후에 다녀오기 안성맞춤인 코스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하천과 산, 적당한 숨가쁨, 문화시설 관람, 맛있는 점심, 분위기 좋은 카페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요.
친구와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만났습니다. 그 곳에 오는 녹색버스는 모두 세검정교차로 방향으로 갑니다. 세검정교차로에서 평창동 방향으로 빠지는 7212, 1020, 1711, 상명대학교로 올라가는 7016, 그리고 홍은동 방향으로 가는 7018번 버스가 있습니다. 홍지문 근처에 살 때 저의 오랜 통근버스이기도 했던, 7018번 버스를 탑니다. 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경복궁역을,자하문터널을 지나며 이미 마음이 두근두근 합니다. 너무도 좋은 동네, 아름다운 광경이 벌써 펼쳐지지요.
버스는 세검정교차로를 지나 세검정로에 진입하고, 코스의 출발지점인 포방터시장으로 가기 위하여 우리는 서울여자간호대학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서울여자간호대학 방향으로 걷다가 다리를 건너고 홍제천이 나오면 우회전, 홍은1동주민센터를 지나면 포방터시장 입구가 나옵니다. 자, 여기부터 시작! ^^
전에 근처에 살면서도 와본 적이 있었던 포방터시장은 전형적인 작은 시장입니다. 전통시장 중에서도 상당한 규모와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는 여타의 다른 곳들과는 달리 아주 작은 시장입니다. tvN에서 하는 모 드라마 여주인공의 집으로 이 곳이 나오는데, 혹 뭔가 좀 달라져 있을까 해서 봤는데 그런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왠지 다행이라는 느낌도 들었구요.
시장에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작은 동네의 시장. 시장 현대화 작업의 일환으로 각 점포 간판들의 디자인 느낌을 통일화 시킨 것 정도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대화작업을 빌미 삼아 점포 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리고, 상인들도 어쩔 수 없이 식재료 값을 올려 오히려 방문객들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는 혹자의 말도 있었습니다.
그저 조그마한 서울 동네의 시장이라는 느낌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든 친구와 함께 시장을 잠시 둘러보는데 영 외부사람 느낌이 들어서 오래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ㅎ 반대편 입구로 나와서 포방교라는 이름의 다리를 건넜습니다.
다리를 건너며 보게 되는 홍제천 아래의 풍경과 주위의 모습은 꽤 아름답습니다. 천변을 걷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이고 예전 느낌이 많이 남아있는 집들의 모습까지,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의 동네입니다. 북한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중간중간 있고, 내부순환로의 하단과 산,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모습은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석가탄신일이 다가오는 즈음 이 동네는 밤만 되면 참 아름답습니다. 주위에 옥천암에서 시작되는 작은 절들이 많아 연등의 행렬을 길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밤에 이 곳에 오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옥천암에는 많은 연등의 물결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근처에 살면서 봄의 밤에는 일부러 옥천암 근처까지 산책을 오는 일이 많았을 정도로 아름다웠지요.
홍제천의 물길과 산기슭까지 올라있는 예쁜 집들의 어우러짐을 눈에 담고, 3~4년 전에 살던 집 쪽도 한 번 둘러보고, 홍지문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전보다 원룸 건물들이 더 생겨났습니다. 상명대 학생들, 그리고 종로쪽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에게도 이 동네는 좋은 선택이긴 합니다.
홍은동과 홍지동, 그리고 서대문구와 종로구의 경계이며, 서울성곽과 북한산성의 방위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홍지문을 지납니다. 홍지문 옆으로는 탕춘대성이 이어지고요. 전에 이 근처에 살 때 퇴근하고 세검정교차로에서 내려서 하루를 마감하는 의미로 일부러 홍지문을 지나곤 했습니다. 근처에는 쉼박물관과 맛있는 중국집 팔선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