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앱은 왜 못생겼을까?

토스, 넷플릭스, 슬랙까지—UX로 감정을 설계하는 기술 이야기

by 정의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문득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쿠팡은 돈도 많으면서 왜 이렇게 앱이 안 예쁜 거야?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 앱인데, 앱의 UI(User Interface)는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스크린샷 2025-05-09 오후 1.08.17.png 쿠팡의 UI


궁금해서 이에 대해 찾아보니 그건 단순한 디자인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때문이었다. UX란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며 전반적으로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의미한다. 쿠팡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단순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유지해 온 것이었다. 특히 스마트폰과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구성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그 디자인 한 겹 아래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UX였다.


기술은 이처럼 감정에 가까운 단어이다. 이를테면 어린 나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을 단번에 해소시켜 준 "토스"가 있다. 다른 금융 앱과 비교하면 토스의 UX는 확연히 쉽고, 친절하다. 토스는 처음부터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을 UX의 핵심 목표로 삼아왔다. 가입, 송금, 조회까지의 모든 흐름을 2~3단계 이내로 간결하게 설계했고, 사용자 언어가 아닌 '사람 말'로 응답을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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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말로 응답하는 토스


예를 들면 '오류' 문구 대신 '죄송해요, 지금은 연결이 잘 안 돼요.'가, '인증 실패' 대신 '조금만 더 정확하게 부탁드릴게요.'가 나오는 식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우리는 토스 앱을 사용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고, 토스는 대표적인 국민 금융 앱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가 자주 보는 넷플릭스는 어떤가. 볼까 말까.. 고민하던 사이에 이미 재생이 되어버린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지 않은가? 사용자는 콘텐츠를 고를 때보다 흐름이 끊길 때 더 피곤해한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선택'보다 '연속성'을 설계의 중심에 두었다. 한 화가 끝나면 다음 화가 자동으로 재생되고, 사용자 맞춤으로 큐레이션이 되어 있다. 이처럼 생각할 필요 없이 감정선이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배경음악, 색감, 트레일러까지 모든 요소는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조율되어 있다. 넷플릭스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흐름'을 UX의 중심에 놓았다.


최근에 학보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써본 '슬랙'이라는 업무 애플리케이션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업무로부터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최대한 대화 앱처럼 친근하게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알림은 자극적이지 않고, 알림 설정 자유도도 높을뿐더러 전송 애니메이션, 이모지 반응, 스레드 기능 등으로 부드러운 소통이 가능하다. 슬랙의 기술은 일하라고 강요하는 대신, 일하는 동안 숨 쉴 틈을 만들어주게끔 설계되어 있다.

IMG_9924.PNG '슬랙'의 귀여운 이모티콘들


이러한 앱들을 보며 UX가 좋은 기술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매끄러운 순간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UX는 감정의 리듬을 하나하나 계산하여 설계된다. 기능을 만드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일이다. 진짜 UX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조율하는 기술에 더 가깝다.


기술과 감정은 멀리 떨어진 세계처럼 보이지만, UX를 이해할수록 나는 이 둘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체감하곤 한다. 어떤 버튼의 위치, 어떤 문장의 톤, 어떤 흐름의 설계가 사람의 감정을 바꾸고 하루의 리듬을 달라지게 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차이일지라도 결국 그 작은 차이들이 사용자의 정서를 만든다.

당신은 지금도, 당신을 위해 설계된 수많은 UX 위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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