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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un 04. 2021

그저 자기 갈 길 가시기 바랍니다

미국 MBA를 마치며

2021년 5월 23일 미국 버지니아 샬러츠빌. MBA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을 맞아 그간 배운 것들과 느낀 점들을 정리해 써보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첫째로 최근에 글을 자주 쓰지 못해 머리와 손이 굳어버린 탓이고, 둘째로 아직 이 주제에 대한 내 마음속 정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 간의 시간, 경험, 생각, 감정은 내 속에서 아직 소화 중이다. 소화가 끝난 뒤에야 글로 옮겨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글쓰기는 쉽게 가기로 했다. 얼마 전 MBA에 새로 입학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담은 짧은 글을 쓸 일이 있었다. 별 깊은 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쓴 글이다. 처음부터 끝가지 멈추지도, 고치지도 않고 써 내려갔다. 그래야만 진심에서 우러난 내 생각이 그대로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언이라고 거창하게 1, 2, 3번을 생각해봐야 그건 듣기에나 좋은 소리가 될 여지가 다분했다. 그런 조언은 특히 쓸데가 없음을 경험을 통해 여러 번 배웠던 터였다.


아무튼 MBA를 준비 중인 분들에게, 또는 그 무엇이 됐던 여태껏 경험해보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에 새롭게 발을 담그려는 찰나에 있는 분들에게, 그래서 어떤 한 줌의 조언을 갈구하는 분들에게 감히 드리는 나의 한 마디 조언은 이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지난 2년 간 되뇐 말이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 공감 가는 분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그저 자기 갈 길 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MBA에 와서 배운 단 한 가지를 꼽자면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라는 점입니다. 모두 다른 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MBA에 옵니다. 제 경우 첫째 목적은 미국에서 자리 잡는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 미국에 살겠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그 방법으로 MBA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두 번째 목적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나의 대인관계 스킬을 키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에다 집에서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MBA에 잘 맞지 않는 인재상이란 점 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향적이지 못해서 놓칠 수밖에 없는 많은 기회와 재미 들을 나도 조금은 누려봐야겠다고 느꼈습니다. MBA를 통해서 이 방면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번째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근본적으로 나의 성향을 바꿀 수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 데 몇 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많이 아쉽기도 했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 경험은 제게 자유를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속도로 걸어갈 수 있는 자유 말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모두 Darden이라는 같은 MBA를 오지만 각각의 경험은 모두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듣게 되실 것입니다. 많은 도움을 받게 되실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자기 생각과 행동뿐입니다.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그저 자기 갈 길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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