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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Mar 10. 2021

장학금 받고 미국 MBA 가는 방법(1)

기술 발전이 전통적 교육산업을 파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런 변화 속도에 불을 붙였고, 이미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의 대다수는 집에서 Zoom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온라인 교육 기업으로 유명한 Udacity의 창업자 Sebastian Thrun은 앞으로 50년 뒤 미국에서는 오직 Top 10 대학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한다. 나머지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들과 경쟁에서 도태되어 사라질 것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주장이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미국 경영대학원(비즈니스 스쿨 - MBA)도 비켜가지 않았다. UC Berkeley 학장을 지낸 Rich Lyon은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의 비즈니스 스쿨 절반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흐름은 이미 진행형이다. 지난 5년 간 Illinois, Iowa, Virginia Tech 대학교들이 Full-time MBA 프로그램들을 전면 폐지했다. 35위 선에 랭크돼 있는 Wisconsin MBA도 프로그램을 없애기로 결정했다가 동문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한 상태다. 잠시 위기를 미룰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원자 수로 보더라도 MBA의 인기는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미국 MBA 총 지원자 수는 2019년에만 7% 감소했다. 2018년의 9% 감소보단 줄어든 감소세지만 이런 추세는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MBA 학위의 전성기가 저물어가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전반적인 온라인 교육의 부상으로 비싼 오프라인 MBA 프로그램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연간 1억 원이나 드는 비싼 MBA 프로그램의 기회비용이 너무 큰 상황에서 그럴듯한 대안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둘째는 MBA 교육 자체의 문제다. 하루가 멀게 더욱 기술이 중요해지는 세상이다. MBA에서 주력해서 가르치는 소프트 스킬들(리더십, 팀워크, 협상, 전략 기획 등)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 재무, 마케팅 전문가보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에 대한 수요 증가가 훨씬 빠른 상황이고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도 MBA 프로그램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고 Business Analytics나 Data Science 등 더 인기 있는 분야의 석사 프로그램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MBA를 가는 건 바보짓일까? 투자 대비 효용이 없는 헛수고일까? 10년 뒤에 MBA 학위는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돼 버릴까? 여기에 간단한 답은 없다. MBA를 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로 잠시 미뤄두고, 이번 글에서는 장학금 얘기를 좀 해보자.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투자 대비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법 중 최선은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학금을 받으면 초기 투자 비용을 최대 0까지 낮출 수 있다.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미래 결과에 크게 상관없이 큰 손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지금 재학 중인 University of Virginia Darden School of Business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있다. 2년 동안 총 14만 불이 넘는 큰 금액의 장학금이다. 1,100원 환율로 잡아도 1억 5천만 원이 넘는 돈이다. 항상 감사한 마음은 있었지만 왜 외국인인 내게 굳이 이렇게 전액 장학금을 줬을까 하는 생각을 깊이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이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생겼다. 변화하는 산업 지형에 맞춰 미국 비즈니스 스쿨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한 수업에서 배울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전략'이란 2학년 선택 수업에서였다.


최근 들어 많은 학교들이 데이터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머신러닝으로 자기들이 보유한 데이터에서 유용한 패턴을 찾고, 업무를 자동화하고, 미래를 더 높은 확률로 예측하려고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입학처들은 지원 서류 검토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과거 지원자 및 합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지원자들의 졸업 후 취업 확률이나 기부 가능성 등을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학교 랭킹이 생명과 같은 탑 MBA 프로그램에게 이런 정보는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기 충분하다. 나중에 성공해서(돈을 많이 벌어서) 학교에 많은 기부를 할 학생을 뽑는 게 큰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을 합격시켰을 때, 그들이 과연 다른 학교로 빠져나가지 않고 우리 학교로 올 것인가 하는 문제도 간단한 확률의 문제이며, 머신러닝으로 쉽게 추산 가능하다.


여기서 장학금이라는 도구가 등장한다. 좋은 학생들을 많이 붙잡고 싶은 학교들에게 장학금만큼 좋은 무기가 없다. 알고리즘은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 게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장학금을 주지 않아도 90%의 확률로 합격통보를 수락할 합격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건 그리 남는 장사가 아니다. 반대로 장학금 없이는 50%의 확률이지만 장학금 수여가 그 합격자의 입학 수락 확률을 85%로 높여줄 수 있다면 그 장학금은 분명 좋은 투자다. 요즘 많은 학교들에서 장학금 수여 결정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즉, 장학금을 받으려면(확률을 높이려면) 이런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1) 합격 커트라인을 넘을 정도의 자격을 갖춰야 함(합격 결정 뒤에 장학금 심사가 이뤄지니까), 2) 합격 수락 확률이 다소 낮게 나와야 함, 2) '장학금 지급'이라는 변수가 그 확률(AI가 계산한)을 많이 높여 줘야 함.


중요한 변수  가지만 살펴보자. 시작은 역시 GMAT 점수다. 웬만하면 높을수록 좋지만, 지나치게 높은   좋은  아니다. Tier 2 포함되는 학교 A 평균 점수가 680, Tier 1 학교들의 평균이 720이라고 하자. A 학교에 지원했을  장학금을 받으려면  점수가 당연히 Tier 2 평균보다 많이 높아야 한다. 710이라고 하자. 이런 상황이라면 A 학교의 장학금 알고리즘은 내게 장학금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충분히 높아서 자기 학교 평균을 끌어올려줄 매력적인 학생이지만, 그렇다고 Tier 1 학교로 장학금을 받고 가버릴 만큼 엄청나게 높지도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기 학교에  확률 자체가 너무 낮은 학생에게 제한된 자원인 장학금을 제시하면서까지 합격시키는  A 대학으로서 최적의 선택이 아니다. 쉽게 말해 Tier 1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을 만큼의 자격요건은 아니지만 충분히 합격은  만한 사람이 A 학교 입장에서 매력적인 타깃이다.


다음으로 '열정' 변수들이다. 즉, '얼마나 이 학교에 해당 학생이 오고 싶어 하는가'를 나타내 주는 변수들이다. 여기에는 1) 인포세션 참여 여부, 2) 각종 학교 이벤트 참석 여부, 3) 학교에 문의 이메일 발송 여부, 4) 지원 전 연락한 동문들의 수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 변수들이 장학금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GMAT의 그것보다는 상당히 모호하다. 우리는 '합격 확률'과 '장학금 확률'을 분리해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격 확률'을 높여 주는 변수가 반드시 '장학금 확률'도 높여줄 것으로 단순히 생각하면 안 된다. 예컨대 같은 학교에서 학부를 다닌 학생들은 합격 확률은 높지만 장학금 수혜율은 낮다. 장학금 없이도 이미 애교심(愛校心)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학교들은 좋은 학생들이 최대한 많이 '입학'하게 만들고 싶다. 좋은 학생들을 아무리 많이 '합격' 시켜도 그들이 '입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아니, 오히려 마이너스다. 합격 수락률(yield)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커버 이미지: Photo by Dom Fo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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