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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an 05. 2021

2020,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리니야, 2021년을 부탁해


2020년 1월 1일에 <미리 쓰는 2020년 회고록>이란 글을 썼다. 새로운 형식으로 새해에 대한 나의 희망을 그려보고 싶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일어난 것처럼 글을 썼다. 마치 이미 2020년 연말인 것처럼 과거를 돌아봤다.


그리고 이제 다시 1년 전에 내가 쓴 그 글을 돌아본다. 과연 내가 그린 2020년과 실제는 어떻게, 또 얼마나 달랐을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대강 비슷하게 흘러갔을 것도 같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무용지물. 2020년은 코로나라는 미세먼지로 뒤덮여 돌아봐도 뒤가 캄캄하다. 2021년 상반기도 맑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서두에 난 이렇게 썼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태어나서 자라 준 우리 딸 리나에게 참 고마운 한 해였다. 1월 9일에 태어난 겨울 아이 리나는 지난달 처음으로 혼자 일어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엄마', '아빠' 같은 두 음절의 간단한 단어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성장하는 걸 보면서 되려 내가 아빠로서 성장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아내도 힘든 육아를 잘 견뎌주고 있다. 견딘다기보다는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 같아 고맙다. 좋은 엄마가 될 줄은 알았지만 모든 면에서 놀랍도록 기대 이상이다. 새해 2021년도 리나를 중심으로 더 행복한 가정이 되길 기도한다.

실제로 우리 딸 리나는 1월 5일에 태어나긴 했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아빠'나 '엄마'만 말할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수십 개 단어를 제법 잘 구사하고 있다. 그중에 압권은 동물 소리 내기다. 내가 "까마귀?" 하면, 리나가 "까악 까악~" 한다. "병아리?" 하면 "삐악~" 하는데 얼마나 귀여운 지 모른다. 한 인간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새끼 강아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내가 아빠로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력 중이다. 이런 노력은 2021년을 넘어 리나가 성장해서 독립할 때까지 이어질 게 분명하다. 내 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아빠인 동시에 좋은 남편이자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노력 없이 이를 수 없는 경지다. 아내는 기대만큼 육아를 잘해주고 있다. 솔직히 예상한 것보다는 육아가 10배 힘들기 때문에 자주 지처보이긴 한다. 그만큼 내 육아 참여도가 매우 높아졌다.


회고록엔 이런 내용도 있었다.

Amgen이라는 멋진 바이오 회사에서 여름 인턴을 할 기회를 가지게 됐고, 이를 통해서 그토록 경험해보고 싶던 '미국 직장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회사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혹시나 미국 직장생활도 별로면 바로 진로를 바꿔서 박사과정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이 좋은 건지 그냥 Amgen이 좋은 건지 일단 최소 몇 년은 즐겁게 회사생활할 수 있겠다고 믿게 됐다. 감사하게도 Amgen이 full-time offer를 줘서 7개월 뒤 MBA 졸업과 함께 그곳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토록 그리던 캘리포니아 생활이 기대된다. 

Amgen이란 이름이 Autodesk로 바뀐 것 말고는 딱 들어맞았다. 미국에서 하는 첫 직장 생활 경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다시 돌아오라는 return offer도 받았다. 역시나 회사 체질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주권이 나오기까지는 나름 즐겁게 다녀볼 만한 회사라고 믿고 있다. 내 꿈이었던 '캘리포니아에 살기'가 진짜로 7월이면 현실이 될 예정이다. 이렇게 머릿속에 그리던 일이 실제 일어나는 경우도 있더라.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대한 회고도 했었는데, 내용이 이랬다.

지난 한 해 '매일'은 아니지만 300개 이상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데 성공(?)했고, 덕분에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키보드 앞에 앉는 게 자연스럽다. 아직도 매일 아침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는 게 가끔은 괴롭기도 하지만 '창작에서 오는 고통'은 곧 기쁨으로 변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300개 글은 너무나 먼 얘기이고, 실제로는 100편 정도 발행했다. 평생 일기도 한 번 제대로 안 썼던 내게는 엄청난 성취다. 3-4일에 한 번 글을 발행하는 정도라면 이제는 스스로 작가로 불러도 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 테크닉은 부족한 점이 많고, 한글 맞춤법은 여전히 초등학생 수준이다. 사소한 일에서 글감을 찾아내는 능력도 아직 갈길이 멀고,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정적 글쓰기도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이렇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 2021년에도 부지런히 글을 써야 한다. 퇴보할 수는 없으니 100편 이상 쓰는 게 내 계획이다.




<미리 쓰는 회고록> 2021년 편도 쓰고 싶지만, 아직 써지지 않는다. 아이 때문인 것 같다. 나와 아내의 인생에서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도 커져서, 내 의사로만 어떤 일을 계획할 수 없다. 새해도 모든 일이 우리 아이에게 달린 게 아닐까 싶다.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바르게 자라준다면 2021년은 내 인생 최고의 한 해가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계획이나 희망 같은 건 곁가지에 불과하다.


리나야, 2021년을 부탁해. 그리고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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