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직장인으로 돌아간다. 전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지 딱 3년 만이다. 그 사이에 석사 학위 두 개를 받고 몇 개월간 인턴쉽과 파트타임 근무를 하긴 했지만, 다시 풀타임 회사원으로 돌아가는 건 정말이지 까마득하게 오랜만이다.
너무 오래 조직생활을 안 해왔기 때문에 조금 걱정스럽다. 조직에 몸을 담는다는 건 내 자율성을 일부 혹은 많이 포기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그렇다. 지난 3년 간 너무도 자유롭게 살아와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두려운가 보다. 나는 정해진 스케줄과 틀 안에서 큰 불만 없이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을까?
18개월 전 딸아이가 태어난 뒤 줄곧 난 '집에 있는 아빠'였다. 학생이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코로나 덕(?)이었다. 웬만한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바람에 모든 학교 수업을 집에서 원격으로 들어야 했다. 인턴쉽도 마찬가지다. 3개월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나는 하루 24시간 딸아이를 한 지붕 아래서 곁에 두고 볼 수 있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 엄마의 기분이 이런 걸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비록 재택근무로 시작하는 첫 출근날이긴 하지만 말이다. 현재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봤을 때 앞으로 한 두 달 정도 뒤에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위치한 오피스로 출근하게 될 것 같다. 최소 주 2회 정도는 집에서 근무할 생각이라, 이 경우에도 완전히 딸아이와 떨어지게 되는 건 아니다.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집에 있는 아빠'가 되어보지 않았다면 아이를 돌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을 게 분명하다. 그랬다면 나도 드라마에 나오는 여느 아빠들처럼 아내에게 둘째 낳아달라고 졸랐을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등에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다. 입장을 바꿔서 아내가 월급봉투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며 내게 투잡을 뛰어달라고 조른다고 생각해봤다. 흑……. 최소 앞으로 몇 년간 둘째 계획은 없다.
오늘부터 돈 벌러 나간다고 해서 지난 몇 년간 집에 있었던 것보다 힘들 것 같지는 않다. 뭘 하든 아이를 보는 일 보다 특히 더 힘들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 자식 키우는 큰 일에 비하면 남의 회사를 키워주는 일은 작은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가짐도 발걸음도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