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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merica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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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Mar 06. 2022

미국에 집을 사버렸다 2

코로나가 바꿔버린 집 선택의 기준




애초에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집을 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본래 계획은 미국 영주권이 나올 때 까지는 렌트로 살면서 돈을 모으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면 슬슬 내 집 장만을 해야겠다고 큰 그림을 그려 놓았었다. 아무리 빨라도 5년 이후 이야기라고 여겼다. 그런데 2021년에 코로나가 야기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과 주택시장 활황은 이런 내 중장기 계획에 중대한 위협으로 떠올랐고, 나는 등 떠밀려 주택 구매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다행으로 생각은 하고 있지만, 지난 한 두 달 동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국이 앞서 2020년과 2021년 상반기에 겪었던 판매자 우위의 시장이 미국에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부동산 웹사이트를 들러보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봤자 이미 판매가 된 경우가 허다했다. 괜찮은 집들은 매물로 나온 지 채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더 황당했다. 판매자가 올려놓은 판매가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고, 대다수 주택들은 20%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었다. 6억짜리 집을 사고 싶다면 5억짜리 위주로 접근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 가지 이유는 코로나 이후 변해버린 주거 공간에 대한 인식과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누가 뭐래도 접근성이 부동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중에서도 직장까지의 거리는 가장 중요했다. 지금은 다르다. 오늘날 미국의 많은 직장인들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재택근무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서다. 주 5일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경우는 정말 거의 없다. 이에 따라 부동산 선택의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접근성이 후퇴하는 동안 크기, 쾌적함, 편의시설과 마당의 유무 등이 중요해졌다. 도심에서 월세살이를 하던 사람들이 도시 외각 내 집 마련으로 선회하기 시작하면서 단독주택 수요는 폭증했고 공급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좀 더 크고, 좀 더 쾌적하고, 편의시설과 마당이 있는, 그러면서도 예산에 맞는 집을 찾다 보니 도시 중심부에서 점점 멀어졌다. 결국에는 원래 계획보다 20-30분이나 더 달라스 외각에 위치한 신도시에 주택을 최종 선택했다. 나와 내 가족에게 있어 '도시 중심부'란 회사나 문화시설들이 모여있는 도심이 아니라 그저 한인 마트와 치킨집이 있는 지역에 불과해서, 이것도 사실 큰 상관이 없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아직 시골인 신도시라고 해서 우리 가족이 포기한 건 별로 없는 셈이다.



내 집 자랑을 조금 해보자면, 우선 방이 4개에 화장실이 3개인 큼지막한 2층짜리 주택이다. 우리 세 가족이 여유 있게 살면서 내가 재택근무를 하기에 넘치는 공간이다. 가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놀러 와도 게스트룸이 있어 문제없고, 혹시나 아이를 하나 더 갖게 되더라도 충분한 크기의 집이다. 게다가 신축이라 아주 쾌적하다(미국에서 신축 주택에 사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며,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30년 된 주택도 상대적으로 새 주택에 해당한다).



마스터플랜 커뮤니티라고 해서 주민들이 공유하는 편의시설들도 많다. 우선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헬스장은 나와 아내에게 필수고, 수영장은 우리 딸에게 꼭 필요하다. 이밖에도 실내 농구장, 테니스장,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가 있어서 우리 가족의 생활패턴을 고려했을 때, 식료품 구매를 위한 외출이 아니면 동네를 벗어날 일 자체가 별로 없을 것이다. 조금만 이동하려고 해도 차로 30분 넘게 달려야 하는 교외 신도시의 특성상 이렇게 주택 단지 내 편의시설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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