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워싱의 시대, 진짜 해고와 가짜 해고
Block이 직원 4,000명을 해고하던 날, 주가는 24% 올랐다.
잭 도시는 공개 메시지에 이렇게 썼다. AI가 그 일들을 대신할 수 있게 됐다고. 냉정하지만 솔직하게 들렸다. 실리콘밸리 특유의 미래주의적 결정처럼 보였다.
그런데 Block의 직원 수 추이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0년 5,477명이었던 직원이 팬데믹을 거치며 10,000명을 넘어섰다. 이번 해고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같은 시기 아틀라시안(Atlassian)은 직원 1,600명을 잘랐다. 전체 인력의 10%였고, 연구개발 직군에서만 900명 이상이 나갔다. 이유는 역시 AI였다. 그런데 아틀라시안은 작년 4분기에 매출이 23% 성장했다. 재정적 위기에 처한 회사가 아니었다.
더 아이러니한 건 CEO의 발언이다. 마이크 캐논-브룩스는 불과 다섯 달 전에 AI 덕분에 개발자를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다섯 달 후에 1,600명을 잘랐다 (TechCrunch, 2026).
2026년 들어 기술 업계에서는 매일 평균 704명이 해고됐다. 1월부터 3월까지 59,000명. 거의 모든 기업이 이유로 AI를 들었다 (TrueUp 집계).
여기서 반전이 나온다.
ChatGPT를 만든 OpenAI CEO 샘 알트만이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해고를 하면서 AI 탓을 하는 기업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자신의 회사가 만든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이, AI를 핑계 삼아 사람을 자르는 기업들을 직접 저격한 셈이다.
미국 전국경제연구소(NBER)의 연구 결과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경영진 90%가 "AI가 현재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Challenger, Gray & Christmas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첫 두 달 동안 AI를 이유로 든 해고 건수는 12,304건이다. 숫자가 맞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AI는 비용 절감을 위한 이상적인 서사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진보적으로 보인다. 주주들에게는 미래 준비가 잘 됐다는 신호를 준다. 팬데믹 때 무분별하게 고용했다가 원상복구한다는 사실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아틀라시안 주가는 해고 발표 당일 2% 올랐다.
그렇다고 AI가 일자리를 전혀 위협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Goldman Sachs는 AI가 전 세계 약 3억 개 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근로 시간의 최대 25%를 대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압박은 지금도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해고의 상당 부분은 다른 이야기다. 팬데믹 버블, 과잉 고용, 주가 압박.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는 편리한 단어가 됐다.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AI가 자신의 일을 대체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는 팬데믹 때 부풀어 오른 인력 구조를 정상화한 것뿐이라면.
진짜 AI 해고의 시대는 아직 완전히 오지 않았다. 준비는 지금 해야겠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을 너무 액면 그대로 AI 혁명으로 읽는 건 너무 이른 해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