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문장은 한 가지 형식밖에 없다
저는 영문법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쓸 데 없는걸 조금이라도 덜 배웠으니까요 라고 하면 욕먹으려나요.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는 여가 시간에 영어 과외를 몇 건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초등학생, 중학생, 군인 영어 레슨은 해봤는데, 직장인 영어 과외는 처음입니다. 뭐랄까, 바쁘게 돈 버는 와중에 힘들게 시간 내서 자의로 영어 배우시는 분들이라 더 마음이 가고, 그래서 더 열심히 가르쳐드리고 있습니다.
영어 과외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기초가 많이 약해요. 특히 문법이 많이 부족합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학교나 학원에서 배워온 그 문법 이론들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대부분 우리들의 문법은 '부족'합니다. So what? 이런 기준으로는 미국에 살고 있는 대다수 원어민들의 문법도 '부족'합니다.
사실 우리는 영어 문법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영어에 제대로 노출된 시간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충분히 노출됐다면 영문법 말고 정말 중요한 '감'이 생겼을 겁니다. 감이 있으면 문법을 몰라도 틀린 문장을 보면 뭔가 어색합니다. 이 뭔가 이상한 느낌, 우린 문법이 아니라 이게 필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런 감이 생길 수 있는 환경에 충분히 노출되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이 아니라 문법을 배워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은 가르치기 어렵지만 문법은 가르치기 쉽기 때문입니다. 문법 가르쳐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는 순전 제 생각입니다.
아무튼 서론이 길어졌습니다만, 앞으로 몇 개 포스팅을 통해 제가 알고 있는 저만의 '느낌적인 영문법'을 나눠보려 합니다. 영문법 이론을 빠삭하게 공부하신 분들이 보면 사기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순전 제가 바라보는 영어 세계관(?)이니까요. 하지만 누구든 자기만의 세계관이 있고, 영어에 대해서도 각자 자기 나름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영문법이 '부족'해서 영어를 못한다고 믿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작해보겠습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영어 문장의 5 형식을 배운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걸 가르쳤는지 이해가 간다. 그렇게 체계적(?)으로 보여야 가르치기도 편하고, 배우는 사람도 뭔가 하나 배웠다는 착각에 만족감이 드니까. 실제 그게 영어를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아무튼 개인적으로 영어를 오래 봐온 결론은 이렇다. 영어 문장에는 오직 한 가지 형식밖에 없다.
목적어는 옵션이다. 그리고 목적어는 명사 형태만 취할 수 있다. 비록 겉보기에 다르고 복잡하게 보여도 모든 영어 문장은 이런 형식을 지닌다. 진짜 그런지 한번 보자. 처음이니까 쉬운 문장부터.
흠 이건 다 아는 얘기고, 그렇다면 be동사 + 보어 형태의 문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are kind를 묶어서 한 의미 단위의 동사로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인데, 영어도 그냥 말일뿐이다. 그래서 문법 이론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의미가 중요하다. are가 be동사이고 kind가 형용사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are kind가 묶어서 '친절하다'라는 의미인 것만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위 문장은 분명 주어 + 동사 + (목적어 없음) 형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다 만들어내기 힘들다.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데 두 개 혹은 세 개 단어로 말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목적어에 이런저런 수단을 사용해서 표현 가능한 의미를 넓혀가는 거다. 규칙은 오직 하나, 목적어는 명사만 취할 수 있다. 목적어는 명사만 취할 수 있다 명사만. 중요하다. 즉, 아무리 복잡하고 길어 보여도 명사면 저 자리에 올 수 있다.
That you are kind는 우리말로 하면 '네가 친절하다는 것(점)'이다. ~것(점)으로 끝나는 게 바로 명사다. 사물의 이름이라고 교과서에서 배웠던가. 아무튼 접속사니 관계대명사가 어쩌니 하는 설명은 애초에 필요 없다. 그저 목적어 자리에 명사밖에 올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의미단위들을 명사화하기 위해서 쓰는 방법에 to, ing, that, who, which 등이 쓰이는 것뿐이다. 공통점은 모두 우리말로 '~하는 것, ~하다는 점, ~하는 사람' 형태라는 점이다.
(1) 모든 영어 문장은 <주어 동사 목적어(opt)> 형태다
(2) 명사만 목적어가 될 수 있다.
(3) Are kind처럼 하나의 의미를 구성하는 여러 단어들을 묶어서 하나의 동사로 봐야 한다. (이건 다음에 다시 자세히 설명...)
(4) 우리가 살면서 또는 시험 보면서 마주하는 복잡해 보이는 영어 문장들은 목적어에 넣고 싶은 풍부한 의미를 '명사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동사를 명사화하기 위해 to, ing 등을 쓰고, 문장을 통으로 명사화하기 위해 that 같은 걸 쓴다. '명사화'란 우리말로 '~것'으로 만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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