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쉽고 멀리가긴 어려운
금융투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집에서 코딩을 끄적댄지 반년이 훌쩍 지났다. 이 시간을 돌아보면서 내가 어떤 주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배워왔는지 나눠보고 싶다. 코딩이란 걸 배워보고는 싶은데 어디서 출발해야 될지, 학원을 가야할 지 인터넷으로 혼자 공부해야 할 지, 내가 코딩이란 걸 진짜 잘 할 수는 있을지 고민하는 분이라면 하나는 얻아갈 게 있을 거다.
내가 코딩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보자. 금융투자 회사에서 금리와 환율을 분석하던 나는 정성적인 분석 방법론에 지독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미국과 다르게 대다수 사람들이 '문과' 출신인 우리나라 금융업계는, 그 본질이 숫자를 다루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계량적인 분석 방법론이 많이 쓰이지 않는다. 뉴스와 1차원적인 차트, 그리고 감에 의존하는 정성적인 분석에 기반한 전망들을 나는 1도 믿을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혼자 책을 사서 R을 배웠다. 엑셀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대량의 금융데이터를 이용해 회귀분석을 하려는게 처음 목표였다. 분명한 단기 목표가 있어서 R 언어 공부도 재밌었고, 실제 분석/전망하는 회사 업무에도 차츰 자신감이 생겼다. 1~2달 쯤 지났을 때, 나름 그럴 듯해 보이는 회귀분석으로 설득력있는 분석/전망 모형을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타 회사에서 좋은 오퍼를 받고 이직까지 했다. 코딩의 힘을 느낀 시간이었다.
이직 이후 좀 더 R을 끄적이다 보니 파이썬이 눈에 들어왔다. R은 통계적 분석에 특화된 언어이기 때문에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반면 파이썬은 뭐든 할 수 있는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여서 웹 크롤링이든, 모델링이든, 웹개발이든 뭐든 할 수 있었다. 파이썬은 R을 학습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배웠다. 책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코딩 교육(특히 데이터분석에 특화된) 웹서비스인 데이터퀘스트를 선택했다. 단순히 비디오 강의를 보는 방식이 아니라, 브라우져에서 텍스트로 설명을 읽은 다음 바로 옆화면에서 직접 코딩해보는 hands-on 방식이었다. 텍스트로 습득한다는 점에서 책과 완전히 다르진 않았지만, 같은 화면에서 바로 코딩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배운다는 점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돌아보면 데이터퀘스트의 교육 퀄리티는 100% 만족스러웠다. 파이썬과 데이터분석을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 완전 강추한다. 유일한 단점은 영어로 학습해야 한다는 것.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