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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Apr 29. 2019

왜 미국 MBA인가?

미국 MBA를 가기 위해 GMAT을 본 지 9개월, 수시전형(Early Action)에서 최종 합격 오퍼를 받은 지 벌써 7개월 가까이 지났다. 그리고 이달 초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샀다. 출국일인 6월 12일까지 이제 한 달 반도 채 남지 않았다. 설렘과 두려움이 반씩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그리고 MBA 과정이 시작해서 학업과 네트워킹, 취업에 정신이 팔리기 전에 다시 한번 근본적인 목적을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나는 애초에 왜 미국 MBA를 가기로 마음먹었고, 이 시간을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건 뭔가? 난 지금 뭘 바라고 있나?


1. 미국 대학교를 다녀보고 싶은 로망

나는 2002~2005년 중학교 3년을 미국 보스턴에서 보냈다. 사춘기에 영어 한마디 못하는 상태로 미국 땅에 떨어져 마음고생도 많았지만, 내 세계관을 넓혀주고 인생관을 뿌리째 뒤집어 준 값을 매길 수 없는 경험이었다. 처음 발 딛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주욱 내 로망 그 자체다.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에서 대학을 갈 수도 있었겠지만, 미국 대학에 진학한 친 형과는 다르게 나는 미래를 기약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나중에 대학원으로 미국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계산이었다. MBA일 줄은 몰랐지만 미국 대학원에 간다는 사실은 이미 그때부터 정해진 거였다.


MBA가 더 좋은 건,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다른 석사 프로그램에 비해서 그 경험이 훨씬 더 학부 경험에 가깝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만약 공학석사로 대학원을 미국으로 간다면, 대부분 시간을 랩에서 보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석사를 하는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인구 구성 측면에서도 타 석사과정에는 미국인 보 중국인, 인도인, 한국인이 훨씬 많다.


미국 top MBA 대부분은 학생 비율에서 미국인이 60~70%가량으로 주류를 형성한다. 즉 다른 어떤 석사 과정보다도 가장 미국적인 교육과정이다. 비록 이제 만 30세 아재가 됐지만 어렸을 때 가졌던 꿈, 미국 대학을 다녀보는 경험 그 하나를 위해서도 MBA 진학은 내게 당연한 수순이다.


2. 미국 주류 사회에 편입하고 싶은 소망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난 친구들이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원래 영어도 거의 못했던 데다 성격도 외향적이지 못해서 현지인 친구를 사귀는 건 극히 어려웠다. 러시아나 중국인 친구들은 그래도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미국에서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정통(?) 미국인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지금도 이게 사실 트라우마(?)처럼 마음에 남아있다. 나는 그저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온 비주류 아시아계 찌질이로 밖에 남을 수 없는가 하는 패배감을 극복하고 싶은 소망이 아직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사춘기 중학생도 아니니, 당당히 미국에 들어가서 주류 사회에 편입하고, 미국인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그들과 어울려 보고 싶다. 이건 거의 내 MBA의 미션에 가깝다.


3. 나를 한 단계 도약시켜줄 훈련 과정

흔히들 MBA를 transformational experience라고 한다. 인생을 또는 개인적인 상황이나 성격을 완전히 변모시킬 수 있는 경험이라는 얘기다. 전 세계 50개 나라가 넘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친구들과 소통하고, 공부하고, 협업하고, 때론 경쟁도 하다 보면 기존에 살아온 방식, 생각해온 방식이 안 바뀌는 게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사람은 생각이 바뀌면서 성장하는 거 아닌가.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데 지금 MBA 만큼 더 좋은 게 있을까 싶다.


4. 미국에서 일하고 살기 위한 수단

미국 시민권이 없이 미국에서 취업비자를 받고 일하기 어려운 시대다. 미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서 오퍼를 받더라도 취업비자 문제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MBA도 미국 취업이나 비자를 100%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옵션 중에는 가장 괜찮은 옵션이다.


미국 취업비자는 한국에서 카투사를 뽑는 것처럼 제비뽑기를 통해 배부한다. 그래서 내가 날고 기어도 제비뽑기가 내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나마 MBA가 가진 장점은 학부생들과 다른 pool에서 제비뽑기를 한다는 점이다. 경쟁률이 학부생들보다는 조금 낮아서 최근 몇 년 평균을 보면 3대 1 수준이라고 한다.


33% 확률에 운명을 걸고 큰돈 들여서 미국 MBA 유학을 가는 건 무모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난 한 가지 준비를 더 했다. 바로 Data Science 석사 복수전공이다. 미국에는 STEM이라 불리는 이공계 전공 우대가 있어서, 이 STEM에 포함되는 전공 공부를 한 사람들에게는 미국에서 일하고 살 수 있는 기회를 더 제공한다. 짧게 말하면, MBA만 하면 나는 취업비자 제비뽑기에 1번만 참여할 수 있지만, Data Science와 함께 복수학위를 취득할 경우엔 3년에 걸쳐 3번 참여할 기회를 부여받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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