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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an 09. 2020

아빠가 됐다

미국 출산 후기 - 1

미국에서 출산하고 육아하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보려 합니다.


미국 출산 후기 - 2: 미국 시민권이 12달러?




아빠가 됐다. 2020년 1월 5일 3:37(미국 동부 표준시), University of Virginia Hospital에서 아내와 아기 모두 건강하게 순산했다. 내가 아빠라니.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어느 Youtube에서 보던 것처럼 오열을 하거나 엄청나게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그냥 저렇게 완성된 인간(?)이 아내 몸에서 쑥 하고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아 뭔가 현실 같지가 않았다. 그저 아내와 아이가 무사한 게 감사했고, 앞으로 내 맘대로 못 살겠구나 하는 걸 직감했다. 만 30세, 나도 이제 딸 가진 아빠가 됐다.


내 딸 리나는 태어날 때부터 효도했다. 인터뷰 때문에 뉴욕에 이틀간 다녀왔는데, 그 사이 진통이 오지 않아 다행이라며 아내와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기가 막히게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뉴욕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연착이라도 됐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급하게 이것저것 챙겨서 병원으로 향했는데, 이때만 하더라도 아내가 진통은 없어서 그냥 양수만 터진 줄 알았다. 그래서 진단에 따라서 유도분만을 하거나 아니면 입원해서 하염없이 진통이 오기를 기다리게 될 거라 생각했다. 병원에 도착한 게 밤 10시 반 정도였다.


병원에 도착한 지 30분 정도 후 의사가 들어와 내진을 했는데, 놀랍게도 자궁은 5cm나 열려있었다. 5cm라면 이미 아내는 큰 진통을 겪으면서 힘들었어야 하는 건데, 현실은 이때까지도 아내는 나와 웃으며 들떠 있었다. 아프지 않다고 하자 의사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면서 '산모가 매우 튼튼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했다. 양수가 터진 타이밍도 그렇고 아내가 자궁이 이렇게 열릴 때까지 아프지 않았다니, '리나는 태어날 때부터 진짜 효녀네' 싶었다. 나중에 '태어날 때는 효녀였는데...' 하게 되려나?


분만실과 병실이 하나다. 이곳에서 마취부터 분만까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됐다. UVA Hospital의 의료서비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특히 의사와 간호사들이 너무 친절했다.


병실(곧 분만실)을 배정받고 자궁이 더 열리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때부터 조금씩 아내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해서 의사에게 말해 Epidural(척추 마취제) 투여를 시작했다. 척추에 바늘을 꽂아놓고 계속해서 마취제를 몸에 흐르게 하는 방식이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1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이때 아내 진통이 좀 세지면서 힘들었다. 그나마 1-10 기준으로 통증이 7까지만 올라가고 마취효과가 나타나서 다행이었다. 마취가 완전히 되고 나서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자궁이 충분히 열려서 바로 분만에 들어갔다. 분만 중 총 10회 정도 힘을 줬고, 시간으로는 15분 정도만에 아기가 나왔던 것 같다. 탯줄은 내가 잘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질기지 않고 잘 잘렸다. 이렇게 병원에 간 지 5시간 정도만에 출산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마무리됐다. 아내가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축복받은 출산이라며 우리 둘 다 감사하는 마음이다.


우리 딸 리나(Lina), 한국어 이름과 영어 이름을 따로 짓고 싶지 않았다. 미국 사람들에게 내 이름 스펠링과 발음 알려주는 게 싫었던 어렸을 적 내 경험 때문이다.




미국 출산 후기 - 2: 미국 시민권이 12달러?


커버 이미지: Photo by Patricia Prudent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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