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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는 정말 죽어가고 있는가

경제 살리자는 구호 같네.

by JayD

여기저기서 우리나라 UX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진정성 넘치는 걱정 글 들이 보인다.

살았던 적이 없는데 어떻게 죽어간다는 걸까.

내부고발 같아져서 웃기지만,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UX 디자인 사례를 찾으려면 우선 무조건 스타트업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수없이 많은 대기업이 UX Lab이나 그 비슷한 걸 가지고 있지만, 그중 어느 한 부서도 이해관계에서 최소한의 권한을 보장받지 못하고, 이상한 성과체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목표를 뒤늦게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 와중에 하청에 하청에 하청의 프리랜서가 만드는 제품이 어떻게 UX를 고려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성의나 책임감이 아니라 권한 측면에서)


해서 스스로에게 주절거리는 한풀이 차원에 다시 정리.

- UX는 기존의 제품이나 UI처럼 물성이 있거나 있어 보이는 고정된 형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들을 포함하는 엄연한 상위 개념이다. GUI와 같은 특정 프런트 디자인'만'가지고 사용자의 경험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은 천재이거나, 사기이거나 둘 중 하나에 가깝다.

- 따라서 UX는 비즈니스, 서비스, 제품, UI, GUI 등의 디자인에 있어 사업적, 경제적 이해관계보다 사용자가 하게 될 경험을 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일종의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할 일도, 제공할 서비스도, 판매할 제품도, 그 형상이나 사용법도 다 결정되고 예산과 기간도 정해진 구현 단계에서 '이제 UX를 디자인 하자'고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다.

- 그러나 UX는 사업적 우선순위의 반대 축에 있는 어떤 성스러운 무엇이 아니다. 결국 어떤 형태 로건 비용을 지불하는 사용자를 고려한 구성이, 원하는 효과까지의 최단거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 안타깝게도 국내 UX 시장은 태생부터 '보고를 위한 신개념'과 같은 형태였고, 이게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이제야 비로소 의사결정권자에 가까워지는 위치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진짜로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나의 좌절이 프로젝트의 좌절이 아닌 것은 물론, 회사의 좌절도 아니고 업계의 좌절은 더더욱 아니다. 반복된 좌절 경험이 시장의 쇠퇴를 증명하지 않는다. 이제, 아주 조금씩, 아주 작게 생기고 있다.

- 그렇다고 미래가 밝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UX는 인간 본성의 선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식의 절대가치가 아니고, 다른 모든 시장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지금처럼 모든 디자인에 UX라는 단어를 유행어처럼 소비하고 남용한다면, 이 개념은 제대로 피어 보기도 전에 고사할 것이 자명하다.

- 오늘의 결론. 디자이너로써, 겸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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