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믿기 전에 고민해야 한다

자료가 넘쳐나는 시대. 공유하기 버튼이 마지막 상호작용이 되어선 안된다.

by JayD

개인적으로 투덜거릴 일이 생겼는데, 누구를 붙잡고 투덜거려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 쓰려고 만들어둔 브런치가 아니던가! 이 곳에 투덜거려본다.


UX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 차고 넘친다.

페이스북에, 브런치에, 각 회사의 블로그에, 서점에, 수많은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읽고 고민하지 않는다.아 좋은 내용이네, 하고 끝나버리는거다. 그런 내용이 내 것이 되려면, 고민해야 한다.

네이버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 중에 폰트에 관련된 것이 있다. 가독성이 높은 폰트의 사이즈나 자간, 장평, 줄바꿈의 방식과 정렬을 연구한 아주 좋은 자료다. 그런데, 정작 네이버는 그 규칙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그럼, 해당 자료를 보고 처음 해야 하는 생각은 "왜 네이버는 이런 연구를 직접 하고도 자사 서비스에 이 규칙을 적용하지 못하는가"여야 한다. 아 자료 좋다. 나도 공유하기 눌러놓고 나중에 필요할 때 써먹어야지. 는 안된다는 소리다.


회사의 브랜딩을 위해 가까운 시일 안에 브런치 채널을 개설해야 할 지 모르는 시점이 되었다. 브런치의 컨셉/주제를 설정하는데 너무나 고민이 많다. 어떤 사례를 봐도, 많이 공유되고 읽히는 글은 똑같다. 벤치마킹 하기 좋은 사이트, 현업에서 자료를 참고하는 방법, 효율적인 디자인 방법, 원칙, 규칙, 해외사례, 무슨무슨 서비스 분석. 당장 저장 해 두고, 스스로 뭔가를 했다는 착각을 만들어 읽는 사람이 뿌듯해지는 내용들이다.

대단한 도덕적 원칙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런 글을 쓰는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고민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을 읽건 믿기 전에, 받아들이기 전에 고민해야 한다. 자료의 홍수에서 내 생각을 만드는 방법은 그것 뿐이다. 가짜뉴스가 넘치고, 각종 이슈로 인한 대립이 벌어지는 이유의 한 구석에도,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진영논리에 의한 무조건적 신뢰와 불신만 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평소에 믿는 회사에서, 믿는 디자이너가 쓴 글이라거나, 큰 회사에서 오랜 연구를 한 글이라거나, 읽기에 모순이 없는 글이라거나 하는 이유로 무작정 믿어서는 안된다.

고민이 '내' 생각을 만든다. 정보가 널려 가격이 낮아진 사회에서도, 최소한의 댓가는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댓가는 공유하기 버튼이 아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UX는 정말 죽어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