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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전문가와 무당의 차이점

이 있긴 한 걸까에 대한 고찰.

by JayD

- 이 부적 쓰면 남편은 다정해지고 아이는 대학 가고 가족은 건강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 전통적 의미의 샤먼. 즉. 무당이다.


- 이 UX 전략을 쓰면 고객은 좋아하고 사업은 번창하고 사회에 기여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 어쩌다 보니 생겨난 직업. 즉. UX 전문가다.


- 부끄럽지만, 내 직업이 그거다. 용역으로 일하는 UX 전문가.


- 그리고 나는 항상 반성 한다.

- 왜냐면, 내가 하는 게 무당하고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어서.

- 뭐가 그런지, 지금부터 짚어보자고.

- 자기 서비스의 UX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적'해당사항 없음.

- 용역으로 UX 한다고 떠드는 사람들 이야기임.


우리는 연구하고, 검증한다

- UX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겠는 얼치기가 감히 건방지게 자신들의 직종과 무당을 비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차이점과 반론을 2만 개쯤 떠올릴 거다.

- 그중 제일 만만한걸 하나 골라서 까보며 사기 치는 편협한 선동질을 해 보자.


- 사용자를 바라보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거듭된 검증으로.

- UX를 고려한다고?

- 무당은 서슬 퍼런 작두 위에 춤을 추며 자신의 빙의를 증명한다. 이런 현실감 넘치는 증명에도, 무당은 무당이라는 거지.


- 우선 무당부터.


- 무당도 연구한다.

- 어떻게 하면 더 잘 접신할까, 어떻게 하면 신령님을, 도련님을, 장군님을 더 잘 모실까.

- 경면주사로 쓴 부적은 효과가 있던데 닭피는 왜 효과가 없을까.

- 그리고 그런 연구 결과에 대해, 무당도 검증한다. 아니 받는다.

- 단골이 생기고 입소문이 생길 만큼 효험을 본 고객이 나타나며,

- 서슬 퍼런 작두 위에서 춤도 추잖아.


0000001.png 이렇게 현실감 넘치는 증명을, 본적 있느냐 말이지...


- 그런데 왜 무당은 무당이냐.


- 재현율이 낮다.

-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개인의 컨디션이 어쩌고, 신내림 받은 영빨이 어쩌고.

- 오늘의 '영적'기운이 어쩌고, 저 사람의 성향이 어쩌고.

- 자신들이 가진 이론인 "신령님 믿고 치성드리면 대학 간다"를 재현율 높게 검증하지 못한다는 거다.

- 즉, 작두 타는 검증 자체가 사기라고.


- 이건 과학적 검증의 기본이다. 1+1은, 관측된 결과 늘 2 였기 때문에 수학이라는 이학으로 인정받는 거라고.

- 근데 무당은 먹힐 때도 있고, 안 먹힐 때도 있거든.

- A무당이 오늘 작두 위에서 춤췄다고, 내일도 발을 베이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거든.

- 왜냐, 검증되지 않았으니까.

0000002.jpg 과거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재현률 낮은 주장을 했다. "당신이 이러저러하게 살아서" 자연재해가 벌어진거라는 주장처럼...


- UX 전문가는?

- 운영상의 문제가 어땠고, 사업상의 결정이 어땠고, 고객의 의사결정이 어땠고 저땠고.

- 스티브 잡스도 리사는 말아먹었다. 그만큼 재현율이 낮은 분야라고 이게.

- 게다가 스타플레이어가 있고 크리에이티브와 "영감-inspiration"(놀랍게도!)까지 치고 들어오는 분야라는 거지 이게 또.

- 더 길게 쓸 필요가 있나?


0000003.png 83년도에 9,995달러라는 자비없는 가격으로 출시되었다가 쫄닥 망한 애플 리사. 사용자 경험의 구성 요소에는 당연히, 가격도 고려되어야 한다.





- 건축학 컨설팅 그룹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실제 비슷한 것이 있긴 하지만.

- 직원 100명이 이용하면 건물 바닥이 받게 되는 하중을 오차범위 내에서 계산하면, 변수가, 즉 직원 수가 달라지지 않는 한, 그 계산은 틀리지 않는다.


- UX 전문가가 내는 의견들은 어떨까?


- 내가 내 직업을 까부수자니 아직도 거부감이 드나 보다. 직접 찌르기가 심히 어렵네.


- UX는 무당의 작두 춤보다 허황되다. 무상하다.

- 검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어떤 서비스가 성공했는데, 그 원인이 UX 때문이다. 고 단정할 수 없다.

- 적어도 전문가라면 그런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 그런데 이나라, 이 바닥 전문가들은, 마치 무슨 마법의 도깨비방망이처럼 UX를 휘두른단 말이지.

- 귀 사의 서비스가 망하고 있는 이유는 이러저러합니다.

- 고객의 어떤 경험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저런 전략이 필요합니다.


- 고 너무 쉽게 말한다.


- 애초에 UX는 뭐냐.

- 잡스횽님이 줄곧 주장하시던 "사용자 경험의 개선"은 적어도 지금 업계에서 다뤄지는 UX와는 절대적으로 다른 의미였을 거라는 것에 100원쯤 걸고 싶다.

- UX의 범위는 지나치게 축소되었다. 동일 서비스를 대충 UI만 바꿔놓고도 UX를 만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

- 대형 포털의 디자인 그룹 이름은 대부분 UX디자인팀이고, UX 디자이너를 뽑는단다.

- 그래 놓고 줄창 UI 연구만 시킨다고.

- 거기 말단 디자이너가 무슨 사업적 결정을 내려 포털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바꿀 수 있다고 UX 디자이너냐고.

- 이런 말하면 꼭, 사용자를 잘 고려하고 반응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진 UI만으로도 사용자 경험은 나아진다. 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 그 레벨을 '사용자 경험'이라고 말할 거면, 동그라미 버튼 네모로 바꿔도 UX 개선이다. 네모 버튼을 경험하게 바뀌었으니까. 개선은 더 좋아져야 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증명할 거냐고.


- 다 좋다 치고, 그래 그런 게 UX라 치고, 막 사용자의 경험을 유도도 아니고 '디자인'씩이나 할 수 있는 천재들이라 치고.


- UX가 좋은 서비스는 무조건 성공하나? 여러 번 말하면 입 아프니 이건 뭐. 아닌 거 다들 알 거고

- 그럼 대체 얼마나 좋아야 성공하나? 아이폰만큼 좋으면 성공하나?

- 아이폰의 사용자 경험을 바꾼 가장 큰 요인은 뭐냐. 라운드진 아이콘? 스큐어모피즘? 3.5인치 멀티터치 스크린? 부드러운 인터렉션?

- 적어도 지금처럼 성공한 이유는 "앱스토어의 존재" 아니고?


- UX를 바꾸려면.

- 시장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 다년간 쌓여있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하고

- 그 외 기타 등등 수십 개, 수백 개를 고려한 뒤에

- 비로소 버튼이 어쩌고 인터렉션이 어쩌고 하는 디지털 접점들을

- 그중 한 요소로 고민해야 하는데

- 그래도 성공을 자신할 수 없는 건데.

- 아이폰이 애들 다 버림. ㅇㅇ.


- UX와 관련된 행위들은, 인문학, 아니 차라리 예술에 가깝다.

- 따라서 올바른 방법을 검증하려 시도할 수 있고, 정의할 수 있으되, 뭔가가 '맞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거다.


- 언젠가 UX 컨설팅 프로젝트 제안 프레젠테이션에서

-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고 뽑힌 적이 있다.

- 2~3주 남짓한 제안 기간 동안, 댁 서비스를 다 분석해서 이해하고, 문제점을 도출해서 개선안을 만들어 왔다고 말하며 뭔가를 보여준다면, 그놈들 다 사기꾼이라고 말했다. 뽑아주면 어떻게 일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 뽑아준 (현명한) 고객에게 감사한다. -물론 그 뒤로 다시는 그런 방식을 시도하지 못했다-


- 그리고 내가 쓴 이 글은, 도입부에서 밝혔듯 사기 치는 편협한 선동질임을, 인정한다.

- 다만 고민 없이 작두에 오르지 말자. 발 다 베인다.





- 세줄 요약

1. 사학은 과학이 아니고, 사학자는 자기들이 과학자가 아님을 아는데.

2. UX 전문가는 모든 학문이 과학인 걸로 자꾸 헷갈려하고

3. 그 상태로 검증 입에 담으며 만능 도깨비방망이처럼 UX를 휘두름.

4. 쓰고 보니 네 줄째. UX는 인문학, 아니 차라리 예술에 가까운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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