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검색 포털의 위상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부상한 ‘포털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챗GPT가 2022년 11월 소개된 이후, 포털 검색 이용률이 급감하고 있고, ‘챗GP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PC를 기반으로 한 ‘포털의 시대’에서 스마트폰의 ‘소셜 미디어’가 유행하면서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들은 한차례 위기를 겪는 듯했습니다. 유저들이 검색을 위해 구글이 아니라 유튜브나 틱톡을 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텍스트 위주의 정보에서 시각적 영상이나 이미지가 각광받으면서 자연스레 소비의 패턴도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지배력을 키우고 있었고, 네이버도 한때 카카오톡에 위협받는 듯했으나, 쇼핑과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사업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I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존 플랫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NHN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2월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은 네이버 62.2%, 다음 5.4%로 2019년의 68.2%, 10%에 비해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이 새로운 검색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도 상황은 유사합니다. 미국 Z세대의 약 40%가 검색엔진으로 구글보다 틱톡, 인스타그램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구글이 지배하던 기존의 검색 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 기술과 자사 서비스인 ‘빙(Bing)’을 결합하면서 검색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빙의 글로벌 검색 시장 점유율은 2022년 말 1.6%에서 2023년 현재 3%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기존 검색 강자들은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글은 MS의 빙과 유사한 AI 챗봇 ‘바드’를 출시하고 구글 검색엔진과 결합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는 ‘하이퍼크로버 X’를 기반으로 ‘서치 GPT(가칭)’를 7월에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이퍼크로버 X’는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로 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한국어 학습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어 언어가 특수한 만큼 한국 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서비스하겠다는 승부수로 보입니다. 카카오는 ‘다음’을 별도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하고, 카카오브레인의 ‘코 GPT 2.0’을 활용해 검색을 강화할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포털의 시대’에는 그나마 지켜오던 국내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AI의 시대’에는 글로벌 빅테크에 의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구글은 생성형 AI 챗봇 ‘바드’에서 영어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어 사용 인구는 전 세계 8,000만 명 수준으로 사용 인구 기준 23위에 불과하나,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KT 등 국내 빅테크 기업들 입장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이런 와중에 포털을 향한 정치권의 규제도 국내 포털 서비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국민의 힘이 포털의 기사 배열에 대한 심의 강화 법안을 연이어 발의하고 있고, 정부도 정부도 포털 뉴스의 편향성과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하고 있습니다. 포털 뉴스 서비스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한 것은 맞으나, 규제가 최우선시될 경우 표현의 자유나 서비스의 발전을 헤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은 이제 ‘AI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젊은 층이 포털 검색을 회피하고 있고, 영상과 이미지 선호가 커지면서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서비스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화형 챗GPT의 등장으로 검색 서비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미래도 AI 서비스의 활용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시대에 네이버라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듯이 2020년대는 AI의 시대로 접어들고 새로운 경쟁의 판이 그려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