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은 대부분 실패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라 실패 확률을 70퍼센트에서 90퍼센트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정도 실패 확률이라면, 인수합병 소식이 일시적으로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홍보거리가 될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실패를 전제로 수행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대부분 인수합병이 실패하는 이유는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무엇'을 인수하는지,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대부분 인수를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인수를 하려면 가장 먼저 1) '사업 강화 목적'인지, 2) '사업모델 혁신'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만약 인수의 이유가 경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아니라 현재 사업을 강화하는 목적이라면, 강점을 보강해 줄 '자원'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해야 합니다. 해당 '자원'을 기존 사업으로 완전히 끌어들이면, 피인수 기업은 최종적으로 폐기해야 합니다. 이때는 해당 '자원'에 대해서 적정 가치를 매긴 후, 그 이상의 과도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자원'은 핵심 기술이나 인재에 해당합니다. 애플이 2008년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 설계사인 P.A. Semi사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전까지 애플은 배터리를 시장에서 계약을 통해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배터리 수명이 중요해졌고, 애초에 애플 제품 전용으로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설계하지 않으면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애플은 인수를 통해 최적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설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현재 사업을 강화하는 또 다른 인수 이유는 비용 절감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가 각기 다른 배달 업체를 활용해 배달을 하고 있을 때, 한 음식 배달 서비스가 다른 음식 배달 서비스 회사를 인수하여 배달 물량을 증대시켜 단가 절감을 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인수하는 자원이 기존 사업의 사업 모델 또는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업 모델 강화용 인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1년 이내에 명확히 드러납니다. 인수 이전에 두 기업의 잠재력을 파악한 상태일 것이고, 1년이면 인수에 따른 시너지와 통합 효과가 드러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인수의 두 번째 목적은 사업모델 혁신입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도입하여 장기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매출과 이윤을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파괴적 기술과 파괴적 사업 모델입니다. 따라서, 파괴적 기술/제품/서비스를 보유한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사업 모델을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이는 회사의 성장 궤도를 바꿀만한 기회이기에 면밀히 판단해야 합니다.
몇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인수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단순하고 저렴한가?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해당 제품/서비스를 이용할만한 니즈가 충분한가?
피인수 기업의 사업 모델이 점차 역량을 강화하면서 상위 시장으로 진출 가능한가?
기존 기업들이 피인수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방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가?
인수를 통해 업계의 가치사슬에서 매력적인 잠재 미래 수익 확보가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사업 모델 강화용 인수에는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사업 모델 혁신용 인수에는 낮은 가격을 지불하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기술 또는 비용 시너지는 경영자가 높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파괴적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너지는 실행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며 예상보다 작아질 확률이 매우 높은 반면, 파괴적 기술이나 서비스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단순히 인수를 한다고 해서 성과 개선의 마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 주어졌을 때 스스로 이루는 것보다 인수가 더 빠르고 경제적이라고 확신을 가질 때 추진해야 합니다. 매일 잘못된 기업이 잘못된 이유로 인수됩니다. 인수 가격 역시 잘못된 기준으로 측정되고, 잘못된 요소가 잘못된 사업모델로 통합됩니다.
그래서 인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역설적으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Clayton M. Christensen, Richard Alton, Curtis Rising, and Andrew Waldeck, "The New M&A Playbook”,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