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영로스팅 Sep 21. 2024

블리츠스케일링 게임 vs. 스케일링 게임

AI 시대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

1/ 모바일 시대를 지나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스타트업들의 성장 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대에 주목받았던 전략은 '블리츠스케일링'이었지만, AI 시대에서는 '스케일링 게임'이 새로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 ‘블리츠스케일링'은 '맹렬한 확장'이라는 뜻으로, 스타트업의 사업 규모를 빠르게 확장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사업을 '스케일업'하는 수준을 넘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우선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었습니다. 모바일 시대의 투자자들은 소규모 자본을 다양한 스타트업에 분산 투자하며 성공 확률을 높였습니다. 몇몇 스타트업이 크게 성공하면, 나머지 투자 실패를 상쇄할 만큼 높은 수익을 거두는 방식으로 성공 전략을 구축해 왔습니다.


3/ ‘블리츠스케일링’의 핵심은 빠른 성장을 목표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데 있습니다. 모바일 시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버, 에어비엔비, 카카오, 라인과 같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개발 인력을 신속히 투입해 파일럿 서비스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통해 고객 확장을 시도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했던 이유는 모바일 앱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A/B 테스트, 그로스 해킹, 퍼포먼스 마케팅, 민첩한 피봇팅 등은 모바일 시대의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한 핵심 전략이었습니다.


4/ 그러나 2022년 고금리가 시작되고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AI, 특히 대형 언어 모델(LLM) 개발에는 훨씬 더 많은 자본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OpenAI는 기업 가치 1,500억 달러 기준 65억 달러를 증자했습니다. 이는 벤처캐피털(VC)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들이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 클라우드 서비스와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에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아마존은 Anthropic에 40억 달러를 지원해 경쟁 구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5/ 이러한 변화는 VC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전에는 다양한 스타트업에 분산 투자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였지만, 이제는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따라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특정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6/ VC들은 이제 거대 AI 모델 자체보다는 그 위에서 작동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서비스 또는 AI 에이전트 사업 모델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코딩 도구, 가상 헬스케어 솔루션, 고객 지원 시스템 등이 주요 투자 대상입니다.


7/ 한편, AI 모델의 구축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AI 시대 '스케일링 게임'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경쟁을 요구합니다. AI 모델이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더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면서,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ChatGPT 같은 모델의 훈련에는 수백만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며, 앞으로는 그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8/ 모바일 시대 블리츠스케일링이 빠른 서비스 개발을 통한 민첩한 확장을 목표로 했다면, AI 시대의 스케일링 게임은 기술 개발과 컴퓨팅 파워, 그리고 데이터 확보에 집중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이를 통해 AI 산업은 점차 독점적인 경쟁 구도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VC들의 투자 방식도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스타트업들은 더 큰 자본과 더 깊은 기술적 역량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제 AI 스케일링 게임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9/ AI 시대의 스케일링 게임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자본, 기술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중국 등 대규모 자본을 가진 국가들을 제외하면, 개별 국가의 테크 회사들이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소버린 AI’를 내세워 중동 공략을 확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0/ 앞으로 몇 년간, 모바일 시대에 블리츠스케일링을 추구했던 수많은 적자 플랫폼들이 몰락하며 통합 과정이 진행될 것입니다. AI 에이전트로 표현되는 다양한 서비스가 기존의 모바일 앱들을 대체하기 시작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를 보유한 통신사들이 AI 시대에 새로운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기존 기업들은 패러다임 변화를 빠르게 인정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11/ ‘스케일링 게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AI 법률 서비스,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