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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Oct 09. 2024

AI가 이사회에 합류한다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1/ 2024년 초 디즈니 주주총회에서 AI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습니다. 일부 주주들은 디즈니의 AI 활용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AFL-CIO도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논의에 참여했고, 이는 기술 혁신이 고용과 기업의 책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2/ 주주들은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회사가 AI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이사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디즈니는 공개를 거부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요청을 법적 주주제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윤리적, 법적 책임과 깊이 연관된 요소입니다.


3/ 아부다비에서는 더 진전된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2024년 2월, UAE 최대 상장회사인 International Holding Company(IHC)의 이사회에 AI가 정식 멤버로 합류했습니다. 이 AI는 G42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Aiden Insight'로, 전 세계에서 AI가 정식 이사로 참여한 첫 사례입니다. Aiden Insight는 의결권과 법적 책임은 없지만, 이사회의 다른 멤버들이 AI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사실상 투자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4/ AI 이사의 도입 배경에는 실제 경영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회 내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설 때 AI는 중립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인간 이사가 정치적이거나 감정적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있는 반면, AI는 오로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판단하기 때문에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서 AI의 존재는 이사회의 효율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5/ 과거에도 AI가 이사회에 참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2014년 홍콩의 한 벤처기업이 '바이탈(Vital)'이라는 AI를 이사회에 합류시켰지만, 그때는 정식 이사가 아닌 자문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딥 지식 벤처스(Deep Knowledge Ventures)는 바이탈의 검토 없이는 긍정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AI가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처럼 보였으나, 현재 AI의 역할과 비교해 보면 의미 있는 선례로 볼 수 있습니다.


6/ IHC와 마찬가지로, 과거 홍콩의 '바이탈(Vital)'도 이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의결권은 없었습니다. 딥 지식 벤처스의 이사들은 '바이탈'의 검토 없이는 긍정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러한 거부권 역할은 영국의 선임사외이사가 특정 거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유사합니다. 이는 AI가 이사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7/ 이제 기업 거버넌스에서 AI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미국 전미 기업이사회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Corporate Directors)는 AI 원칙을 개발하기 위해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약 23,000명의 회원을 대표하며, Best Buy의 차기 의장인 David Kenny와 AMD의 독립 이사인 Nora Denzel이 공동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는 AI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이사를 보유한 S&P 500 기업이 13%에 불과하다는 ISS-Corporate의 분석과 맥을 같이하며, AI 전략을 수립하고 지도할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8/ AI 이사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AI는 편향된 사고나 정치적 행동에서 자유로워 이사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 내부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인간 이사들이 놓치는 통찰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강점을 지닙니다. 이는 주주들에게도 큰 이점을 제공하며, 회사의 성장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9/ 그러나 AI 이사의 도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AI는 인간과 달리 감정적이거나 정무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이는 경우에 따라 이사회의 결정 과정에서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 이사는 때로는 감정이나 직감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며, 이러한 결정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AI는 데이터 기반 분석에는 뛰어나지만, 인간의 직관적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AI와 인간 이사가 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10/ AI 이사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법적 책임과 윤리적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사회 책임을 '자연인'만이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국가에서는 법적 대리인도 이사로 참여할 수 있어 AI 이사의 법적 책임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AI 개발자가 AI 이사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이사회 책임보험의 개념도 재정립될 수 있습니다.


11/ AI가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기업 경영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AI는 객관성과 효율성을 제공하며 인간 이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적, 직관적 판단도 여전히 중요하며, AI와 인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AI가 기업 경영에 어떻게 자리 잡을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아부다비 IHC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제 글로벌 및 국가적 거버넌스 제정자들이 AI 이사의 역할과 책임을 논의할 시점임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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