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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로스팅

AI 트렌드에 대한 생각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2022년 11월, ChatGPT의 등장은 파격적이었습니다. 컴퓨팅, 알고리즘, 서비스 전반의 판을 다시 짜는 시발점이었고, 이후 2년 동안 AI는 더 이상 개발자의 실험실 안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의 전략 중심으로 이동했습니다.


2024년까지 산업 전반을 관통한 핵심 질문은 다음 네 가지였습니다.

(1) 누가 더 뛰어난 LLM을 개발할 것인가?

(2)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가치 분배를 어떻게 공정하게 할 것인가?

(3) AI를 어디까지 통제하거나 억제할 수 있을 것인가?

(4) AI는 실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인가?


첫 번째 질문은 프런티어 LLM 경쟁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GPT-4, Claude 2, Gemini 1.5, Mistral, DeepSeek 등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하며 연산 효율과 추론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그 결과 모델 간 성능 격차는 점차 좁혀졌습니다. 이제 경쟁의 중심은 개별 LLM의 우수성을 비교하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모델을 상황에 따라 얼마나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데이터와 관련된 복잡한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Open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Shutterstock은 데이터셋을 합법적으로 유통하며 학습권 거래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Spawning은 ‘Do Not Train’ 태그를 제안하며 창작자의 권리를 명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고, 일부 스타트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이제 AI 모델의 성능은 어떤 데이터를, 어떤 흐름 속에, 어떤 반복 구조로 통합하느냐로 결정됩니다.


세 번째 질문은 AI 통제와 억제라는 윤리적 접근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럽은 AI Act를 통해 기술의 경계를 제도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민간 주도의 자율 규범 정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무스타파 슬레이만은 기술의 진보를 단순히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작동 범위와 안전장치를 프로토콜 화하는 ‘AI 컨테인먼트’를 주창하며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생성형 AI가 인간의 감정과 내러티브를 모방하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네 번째 질문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제기된 본질적인 의문입니다. OpenAI는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며 여전히 적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Anthropic과 xAI 역시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습니다. 반면 DeepSeek는 경량화된 모델을 통해 비용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Meta는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확장성과 확산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AI 버블론은 여전히 유효한 논쟁 주제입니다.


2025년 들어 AI에 대한 화두는 한층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산업의 관심은 AI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어떤 방식으로 비즈니스에 연결되며, 반복 가능한 수익 구조로 설계되는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 세 가지 흐름은 산업 전반의 전략을 좌우하는 결정적 축이 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AI 에이전트의 구현입니다. 지금까지의 AI가 질문에 응답하거나 정보를 요약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태스크를 인식하고, 분해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Devin, AutoGPT, OpenAI의 GPTs, Google의 Gemini Assistant 등은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업무의 흐름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실행 단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결과를 산출하는 일련의 과정은 점차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된 에이전트 루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AI 에이전트 프로토콜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 기반 AI가 확산될수록, 작업 간 연결을 책임지는 프로토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MCP, LangChain, AutoGen, CrewAI 등 다양한 멀티에이전트 프레임워크와 툴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Anthropic의 MCP가 기술적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둘째는 버티컬 AI의 확산입니다. 범용 LLM은 모든 산업의 요구를 수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며, 각 산업은 고유한 문맥, 규제, 언어, 그리고 비정형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Harvey(법률), Hippocratic AI(의료), EvenUp(보험 합의), Phind(개발자 검색)처럼,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경량 모델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모델의 성능보다 산업의 요구에 얼마나 정밀하게 통합되었는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대륙아주-변협 갈등 사례에서 보듯 기존 산업계의 반발은 넘어야 할 장애물입니다.


셋째는 수익 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의 검증입니다. AI 도입을 통해 실제로 어떤 비용을 절감하고, 어떤 고객 가치를 만들며, 어떤 매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PoC 단계에서 멈춘 기업과, 폐쇄 루프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한 기업의 차이는 여기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AI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조직 안에 내재화된 구조적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제 AI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프런티어 LLM 모델 경쟁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에이전트 설계의 경쟁이며, 구조 설계의 경쟁이고, 비정형 데이터 해석의 싸움이며, 결국 서비스 경험의 경쟁입니다. 진짜 차이는 누가 이 기술을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연결하고, 수익 가능한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서 갈릴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 가능성‘에 머물고 있기에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2025년에도 AI는 여전히 ‘가능성’과 ‘환상’을 내포하는 미지의 그 ‘무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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