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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로스팅

한미일 2030 세대의 AI 사용법

결과 도출 vs. 창의력 확대 vs. 감정적 조언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2025년 3월, 오픈서베이는 한국, 미국, 일본의 15세에서 59세 사이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특히, 2030 세대의 사용 행태는 세 나라 간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흥미로운 문화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1) 한국의 2030 세대는 ChatGPT 인지율이 80% 이상이며, 사용 경험률도 60% 이상입니다.

(2) 미국은 같은 연령대에서 인지율이 45% 이상 수준이고, 사용률도 30% 내외 수준입니다.

(3) 반면, 일본은 같은 연령대에서 인지율이 40% 미만이고, 사용률도 15% 내외 수준에 그쳤습니다.


세 나라 2030 세대는 AI를 대하는 방식에서 뚜렷한 성향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 한국은 AI를 성과를 높이기 위한 ‘업무형 도구’로 인식하며,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2) 미국은 AI를 창의성과 실험을 확장하는 ‘협업 파트너’로 활용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

반면, (3) 일본은 AI를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감정적 조력자’로 받아들이며, 생활의 작은 고민을 나누거나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 데 주로 사용합니다.


(1) 한국의 2030 세대는 AI를 일상의 실용적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의 도구로 여기고 있습니다. 과제 요약, 자기소개서 작성, 정보 정리, 번역처럼 뚜렷한 목적 아래 AI를 활용하며, 이를 통해 시간을 줄이고 성과를 높이고자 합니다. AI는 ‘있으면 좋은 기술’이 아니라 ‘써야만 하는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결과가 최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AI와의 상호작용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 사용자들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질문을 재구성해 다시 입력하며, 답변의 질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반복합니다. ChatGPT 이용자의 74.3%가 질문을 다시 입력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은, AI를 수동적 도구가 아닌 ‘성과를 끌어내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질문자는 곧 관리자가 되고, AI는 효율을 위한 일종의 디지털 노동력으로 기능합니다.


(2) 미국의 2030 세대는 AI를 창의적 표현과 실험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regenerate 기능을 자주 사용하며 다양한 방식의 응답을 탐색하고, 정답보다는 가능성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콘텐츠 기획, 마케팅 문구 작성, 코드 디버깅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는 ‘창의적 촉진자’로 작동합니다. 정형화된 목표보다 자유로운 탐색이 우선입니다.


미국 사용자에게 AI는 함께 생각을 나누는 동료와 같은 존재입니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AI와 상호작용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나 스타일을 강화하기 위한 협업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확장시키는 파트너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처럼 사용자가 주도권을 가진 관계가 미국식 AI 활용의 핵심입니다.


(3) 반면, 일본의 2030 세대는 AI에 대해 가장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용률은 낮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른 나라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정서적 접근이 있습니다. 일본의 청년층은 AI를 실용적인 정보 검색 도구라기보다, 감정을 공유하고 소소한 조언을 구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고민 상담, 번역, 일상 속 대화 등 감정적으로 부담이 없는 영역에서 주로 활용됩니다.


그러나 AI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구축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경험하면 바로 기존의 검색 서비스로 되돌아가는 비율이 높습니다. 질문 자체를 신중하게 구성하며, 질문이 정확하지 않으면 잘못된 응답이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기술을 향한 정서적 거리 두기와 조심스러운 태도가 공존하며, 이는 일본 특유의 인간관계 감각이 디지털 기술과 맺는 방식에 투영된 결과입니다.


이처럼 같은 기술이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그 사회가 개인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요구하는 사회, 미국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장려하는 환경, 일본은 정서적 안정과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각각의 AI 활용 방식을 만들어냈습니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을 얼마나 빨리 접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질문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에 있습니다. 질문의 방식이 곧 사회적 문해력의 척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AI를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성과 압박, 자기 계발 강박,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AI는 기술이기 이전에 생존 전략의 일부이며, 따라서 AI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보다 인간을, 모델보다 사회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기술은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질문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질문의 차이가 곧 격차가 되는 시대, AI를 어떻게 쓰느냐는 결국 ‘우리는 지금 무엇에 쫓기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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