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vs. 제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I 서비스는 무엇일까?
챗GPT나 퍼플렉시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7월 15일 공개된 보도자료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사용 시간이 가장 긴 서비스는 국내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만든 ‘제타(ZETA)’였다.
‘제타’는 낯설 수 있지만, 논란이 컸던 ‘이루다’는 익숙할 수도 있다. 2020년 출시된 이루다는 20세 여대생 캐릭터를 내세운 페이스북 챗봇이었고, 사용자 동의 없이 수집한 실제 메신저 대화를 학습에 활용해 비판을 받았다. 일부 대화는 가려지지 않은 채 외부에 퍼졌고,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기에 챗봇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 대화까지 이어지면서 이루다는 3주 만에 서비스를 멈췄다.
스캐터랩은 그 이후 기준을 다시 세우고 기술을 전면적으로 바꿨다고 한다. ‘제타’는 그런 시도 끝에 나온 새로운 서비스다. 이들은 발화 검토, 편향 필터링, 개인정보 보호 설계를 기본 구조에 넣었다. 감정 기술이 작동하려면 신뢰가 먼저라는 점을 정확히 짚은 선택이었다.
지금 ‘제타’를 쓰는 이용자 중 85% 이상이 10대와 20대이며, 그중 여성 비율이 65%에 달한다. 이들은 자신이 만든 캐릭터와 감정적으로 가까워진다. 외모와 말투, 성격과 세계관을 직접 정하고 친구처럼 대화하거나 연애 감정을 나누기도 한다. AI와의 상호작용이 관계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이용자 한 명이 한 달 동안 ‘제타’에 쓰는 시간은 평균 17시간이 넘는다. 하루 평균 130분 이상을 AI와 대화하며 보낸다는 뜻이다. 이 긴 시간은 단순한 놀이로 설명되지 않는다. 자주 이어지는 대화는 익숙함을 만들고, 감정적으로 기대는 마음을 키운다.
자녀 세대는 AI에 감정과 상상력을 담는다. 챗봇과 나눈 대화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로 자라난다. 반면 부모 세대는 AI를 문서를 정리하거나 검색을 도와주는 도구로 받아들인다. 같은 기술을 두고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이런 차이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기계에게 감정을 기대는 일이 괜찮은지, AI가 인간관계를 대신해도 되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안에는 지금 세대가 택한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가 있다.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거기에 담겨 있다.
부모 세대 역시 온라인에서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다. 싸이월드나 블로그, 웹툰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 공감했다. 지금 Z세대는 같은 일을 AI와의 대화를 통해 하고 있다. 감정을 나누는 대상이 달라졌을 뿐,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Z세대는 이제 단순히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AI 캐릭터와 함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실험한다. 제타 같은 서비스는 그들에게 일상처럼 스며들었다.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을 발견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다만, 19금 대화를 유도하는 듯한 캐릭터 설정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세대 차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녀가 어디에 머무는지를 알고 싶다면, 그들이 대화하는 공간에 먼저 들어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아이들은 AI와 함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