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30억 vs LG 320억 vs 딥시크 6,710억 파라미터
2025년 4월, 네이버는 생성형 AI ‘하이퍼크로버 X’의 경량 모델 3종(0.5B, 1.5B, 3B)을 상업용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를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첫 시도로, 국내 AI 생태계에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었습니다.
공개된 하이퍼크로버 X 경량 모델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까지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 시각언어모델로 설계되었습니다. 3B 모델은 도표 해석, 개체 인식, 시각 묘사 등 다양한 과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유사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이며, 국산 LLM의 실전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경량 모델이기에 GPU 자원이 적게 들고, 상업적 제약 없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하이퍼크로버 X를 AI 기술 민주화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네이버는 허깅페이스를 통해 이 모델을 오픈소스화하며 스타트업, 중소기업, 연구기관까지 AI 활용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이번 공개는 네이버가 단순한 플랫폼 기업을 넘어, 네이버 클라우드 산하 Hyperscale AI 팀을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직접 설계하고 고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입니다. LG의 ‘엑사원’과 함께 한국 초거대 AI 시장을 양분하는 양대 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 AI 경쟁 구도는 점차 LG와 네이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LG는 의료, 산업 특화 모델로 B2B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네이버는 한국어 멀티모달 최적화와 경량·플래그십 병행 전략으로 글로벌 LLM 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클라우드는 2024년 전년 대비 22% 매출 성장과 첫 분기 흑자 전환을 기록하며, AI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빠르게 다졌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소버린(주권형) 모델에 대한 니즈는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6,710억 파라미터 초거대 모델을 공개한 이후, 초거대 AI도 비용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Hyperscale AI 팀은 단순한 대형 모델 경쟁을 넘어, 한국어와 한국 문화 기반의 Sovereign AI를 자립적으로 구축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이퍼크로버 X 공개가 환호만으로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첫 번째 쟁점은 학습 데이터 사용 논란입니다. 네이버가 수십 년치 뉴스 기사 등 제휴 언론사 콘텐츠를 사전 동의 없이 학습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향후 수익 사업화가 본격화될 경우 저작권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Sovereign AI를 지향하는 만큼 데이터 윤리에 대한 보다 명확한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 확장성과 원천 기술력에 대한 우려입니다. 하이퍼크로버 X는 한국어 특화라는 명확한 강점을 지녔지만, 다국어 대응력, 글로벌 표준 충족, 근본적 알고리즘 혁신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Hyperscale AI 팀이 추구하는 추론형 Reasoning AI, MCP 기반 Agentic AI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깊은 연구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이번 경량 모델 공개는 한국 AI 생태계가 글로벌 게임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네이버는 한국어 멀티모달 최적화, 경량 오픈소스 전략, 추론형 AI 실험을 통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LG 역시 산업 특화 초거대 모델로 다른 방향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메신저 기반 일상형 AI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스타트업들은 빠른 시장 적응력으로 특화 영역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형 LLM 생태계가 진정한 Sovereign AI로 자리 잡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데이터 윤리 체계 확립, 글로벌 확장 전략, 원천 기술 혁신이라는 삼각 과제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기대는 공허한 약속에 머물 수 있습니다. 하이퍼클로바X의 공개는 분명한 출발점이지만, 진짜 승부는 생태계를 설계하고 책임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긴 여정은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뗀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