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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로스팅

메타, 광고 플랫폼에서 AI 기업으로

2025년 1분기 실적에 숨겨진 의미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메타는 2025년 1분기, 매출 423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73억 7,000만 달러로 26% 늘었고, 순이익은 166억 4,000만 달러로 35% 급증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6.43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20% 이상 초과했고, 이는 9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간 결과입니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이 실적의 본질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단지 실적이 좋았다는 차원을 넘어서, 메타는 사업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기반 광고 플랫폼에서 벗어나, AI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는 그 전환이 추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재무제표와 제품 구조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 전환은 조직의 해체와 재구성에서 시작됐습니다. 메타는 2023년 약 2만 1,000명을 줄이며 전체 인력의 24%를 감축했고, 이는 동기간 구글(6%), 마이크로소프트(5%), 아마존(8%) 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조치였습니다. 이어 2025년 초에도 3,600명, 전체의 5%를 추가로 정리했습니다. 단기적 비용 절감보다는 구조적 전환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메타는 이 감축을 통해 조직의 비효율을 덜어내고, AI 역량 중심의 슬림한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고성과자 중심의 인사 시스템과 프로젝트 속도 개선은 남은 인력의 집중도와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렸습니다. 이 변화는 비용 절감에서 멈추지 않았고, 곧바로 다음 성장 엔진으로 이어졌습니다.


확보된 자원은 전방위적으로 AI에 재투자됐습니다. 2025년 메타의 연간 자본지출은 640억~72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됐고, 이는 데이터센터 구축, GPU 대량 확보, 연구 인력 확대에 집중되었습니다. 단순한 기능 도입이 아닌, AI 중심의 인프라 재편입니다.


이 전환의 상징은 AI 글래스입니다. 레이밴과 협업한 제3세대 AI 글래스는 출시 4개월 만에 57만 대가 판매됐고, 1억 2,3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00% 성장했습니다. 단순 하드웨어를 넘어, AI 플랫폼과 데이터 생태계의 첫 접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AI 글래스에는 라마 3.1 모델이 탑재되었고, 실시간 번역·시각 인식·음성 제어 기능이 구현되었습니다. 사용자가 쓴 글래스는 다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정보는 광고 알고리즘을 정교화하는 데 쓰입니다. 제품, 데이터, 광고가 하나의 순환 구조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광고 역시 단순한 반복이 아닌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메타는 JEM(Generative Ads Model)과 같은 생성형 광고 시스템을 도입해 전환율과 광고 단가를 동시에 개선했습니다. 1분기 광고 매출은 413억 9,0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97.8%를 차지하며 여전히 견고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 의존도를 1.4% 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구조 전환의 속도는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닙니다. 메타의 다음 과제는 광고 외 수익 축을 지속 확장하고, AI 제품을 통해 수익 다변화의 실질적 전환점을 만드는 일입니다. 단기적 수치보다 중장기 구조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메타는 AI를 수익 모델뿐 아니라 내부 생산성 도구로도 적극 활용 중입니다. 코드 라마(Code LLaMA) 등 자체 개발한 AI 도구는 개발자 효율을 높이고, 메타 AI는 협업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는 이제 메타 내부의 조직 언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는 존재합니다. 리얼리티 랩스 부문은 이번 분기에도 42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누적 적자는 600억 달러를 초과했습니다. AR/VR 제품의 완성도, 사용자 확보, 콘텐츠 생태계 모두 아직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유럽의 규제 환경도 메타에겐 숙제입니다. GDPR, DMA 등으로 인해 광고 타기팅 정확도가 제한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메타는 구독형 프리미엄 모델과 온디바이스 AI 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 기업이 규제 기반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는 생존의 관건입니다.


결국, 메타는 광고 제국을 넘어 AI 생태계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스스로를 전환시키고자 합니다. 조직의 해체와 재구성, 기술 기반 수익 모델의 확대,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전략이 실제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정교하게’ 나아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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