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OpenAI는 소셜 서비스를 만들려 할까?
2025년 4월,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 반독점 재판에 출석해 “우리는 더 이상 친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시대를 정의했던 플랫폼의 창립자가 그 본질을 부정한 셈입니다. 이 발언은 메타의 방어 논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친구 게시물을 소비하는 비중은 지난 2년여간 22%에서 17%로, 인스타그램은 11%에서 7%로 하락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친구의 소식이 아닌, 알고리즘이 선별한 영상과 바이럴 콘텐츠를 중심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관계는 배경이 되었고, 소비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소셜미디어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디지털 연결고리였습니다. 우리는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고, 가족의 여행 사진을 공유하며 개인의 일상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피드는 관계보다는 ‘좋아요’를, 대화보다는 ‘도달률’을 보여주는 무대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친구에게 말을 걸지 않습니다. 대신 릴, 쇼츠, 숏폼 영상으로 브랜드화된 자신을 전시합니다. 콘텐츠는 짧아지고, 표정은 연출되며, 감정은 필터를 거칩니다. 관계의 자리에는 알고리즘의 취향 예측과 도달률이 들어섰습니다.
메타는 이런 변화 자체를 방패로 사용합니다. FTC가 ‘개인 소셜 네트워크’ 시장의 독점을 문제 삼자, 메타는 “이제 우리는 소셜미디어 기업이 아니다”라고 맞섰습니다. 자신들은 유튜브, 틱톡, iMessage와 경쟁하는 콘텐츠 플랫폼이며, ‘친구 중심 구조’는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iMessage의 화면이 나란히 제시되었고, 모두가 릴·DM·추천 피드를 공유하는 유사한 구조임이 강조되었습니다. 플랫폼 간 경계는 흐릿해졌고, ‘소셜’이라는 말은 더 이상 차별성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저커버그는 스스로가 구축한 시장 정의를 해체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구글은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 혐의로 법원에서 패소했습니다. 크롬, 검색광고, 유튜브 추천 시스템의 결합이 시장을 잠식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 반응은 조용했습니다. “크롬이 뭘 독점했는가”라는 질문조차 회자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기술 독점에 무감각해지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더 이상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공기처럼 작동하는 사회적 전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기업이 무엇을 통제하는지보다, 내일 내 피드에 어떤 영상이 뜰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플랫폼 권력은 익숙함 속에 녹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흐름에 역행하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OpenAI가 자체 소셜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공개된 것입니다. 인간관계의 기반이 해체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퍼지는 이 시점에, 다시 ‘연결’을 말하는 기술 회사의 등장은 기묘한 긴장감을 만듭니다.
OpenAI의 접근은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네트워크가 아닙니다. 그들은 사람과 AI 간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중심에 둔 ‘에이전트 기반 소셜’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친구 대신 AI가 함께 대화에 참여하고, 팔로워 대신 나만을 위한 AI 동반자가 연결의 주체가 됩니다. 관계의 단위가 인간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사회성을 재정의하는 실험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관계는 더 이상 과거처럼 지인 기반이 아닙니다. 데이터 기반 유사성과 감정 알고리즘이 관계를 설계하고, 인간은 그 안에서 반응합니다. ‘친구’라는 단어는 피드에서 사라졌고, 남은 것은 정교하게 조율된 외로움의 인터페이스입니다.
그래서 진짜 질문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소셜미디어가 끝났다면, 그 다음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사람을 연결한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연결의 주체가 인간인지, 알고리즘인지 우리는 다시 묻게 됩니다. OpenAI가 만드는 새로운 소셜은 관계의 회복일 수 있고, 시뮬레이션된 사회성의 정교화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변화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관계’라고 부르고, 어떤 방식의 ‘연결’을 선택할 것인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