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CTO 앤드류 보스워스 인터뷰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은 모바일 시대를 열었습니다. 앱과 터치스크린 중심의 인터페이스가 20년 가까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손끝으로 디지털을 조작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AI, 웨어러블, 공간 컴퓨팅이 기존의 구조를 해체하려 하고 있습니다. 앱 생태계가 물러나고,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려는 시스템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세상이 열린다면,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맥락을 해석할 것입니다.
메타 CTO 앤드류 보스워스는 최근 a16z 인터뷰에서 이 전환을 ‘의도 기반 컴퓨팅(intent-driven computing)’이라고 부릅니다. 사용자가 무엇을 하려는지를 기술이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실행을 설계하는 시스템입니다. 인간이 기술을 조작하는 시대에서, 기술이 인간을 이해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는 이 흐름의 핵심에 있습니다.
앞으로의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말, 시선, 습관, 위치 같은 신호를 조합해 사용자의 목적을 추론하게 될 것입니다. 시스템은 상황에 맞는 작업을 스스로 선택해 처리할 것입니다. 사용자는 점점 더 적게 조작하고, 더 많이 위임하게 될 것입니다. 기술은 ‘행동’이 아니라 ‘의미’를 중심으로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보스워스는 “다음 세대의 기술은 탭과 스와이프가 아니라, 의도 위에서 작동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앱을 열기보다 목적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기술은 그것을 조용히 감지하고 실행하게 될 것입니다. 사용자의 손이 아니라, 마음과 의도가 인터페이스가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메타는 그 가능성을 스마트 글래스와 AR 헤드셋을 통해 실험하고 있습니다. 시선으로 조작하고, 말로 명령하며, 물리적 공간 위에 정보가 겹쳐지는 방식입니다. 인터페이스는 점점 배경으로 사라지고, 기술은 생활의 감각에 녹아들게 됩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기술이 일상을 구성하게 될 것입니다.
보스워스는 과거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설계할 때부터 이미 이 방향을 염두했다고 합니다. 클릭이 아니라 맥락, 선택이 아니라 발견을 중심에 두는 방식입니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할지 미리 예측하고 제안하는 기술은 그때부터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에이전트는 그 사고의 자연스러운 확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에이전트 중심의 기술 환경은 앱이라는 형식을 해체할 것입니다. 기능은 더 이상 앱에 묶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호출될 것입니다. 사용자는 앱을 탐색하지 않고, 의도를 표현하게 될 것입니다. 기술은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흐름을 구성하게 됩니다.
이 변화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다운로드 수와 전환률 중심의 사고는 점점 효력을 잃고 있습니다. 프롬프트 설계, 맥락 연결, 흐름 최적화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기업은 사용자와의 접점을 ‘화면’이 아니라 ‘의미’ 위에 세워야 할 것입니다.
보스워스는 이 전환이 단순한 인터페이스 진화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기존의 앱, 화면, 터치라는 기본 단위는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앞으로의 기술은 에이전트, 센서, 인텐트를 중심으로 설계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사고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디를 눌러야 할까’를 고민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대신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기술은 그 질문을 먼저 듣고 응답하게 될 것입니다.
모바일 이후의 세계는 손끝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 세계는 시선에서 출발하고, 말에서 이어지며, 마음속 의도를 중심으로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기술은 더 조용해지고, 더 깊어지며,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기술을 ‘쓰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어떤 앱을 열까?”, “무엇을 눌러야 할까?”를 질문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달라질 것입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