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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두 얼굴: 구글에겐 위협일까, 구세주일까?

검색 점유율 하락 vs. 반독점 소송의 방패막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2025년 5월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열린 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에 애플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 에디 큐(Eddy Cue)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사파리에서의 구글 검색량이 최근 두 달 연속 감소했다”며, “이런 현상은 22년 만에 처음”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조용하던 법정에는 기술 변화가 만든 균열의 공기가 서서히 번졌습니다.


단순한 수치의 변화로 볼 수는 없습니다. 사파리는 애플 생태계의 기본 브라우저이며, 구글은 그 안에서 검색의 출발점이자 기본값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이 관계는 20년 넘게 이어진 전략적 제휴이자, 양사 모두에게 핵심적인 수익원이었습니다. 실제로 구글은 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약 200억 달러, 전체 애플 서비스 부문 매출의 17%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에디 큐는 검색량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챗GPT와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의 확산을 꼽았습니다. 그는 “나도 때때로 AI를 사용한다”라고 덧붙이며, 기술 흐름이 사용자 행동을 바꾸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한때 절대적인 검색 지배력을 가졌던 구글은 지금, 기술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도전받고 있습니다. 그 도전은 외부 스타트업이나 경쟁사의 공세가 아니라, 오랜 파트너이자 플랫폼인 애플 내부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구글에게 단지 위기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기술이 구글을 위한 방어 논리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디 큐는 “AI 기술이 스스로 경쟁을 촉진하고 있어, 강제적인 구조조정이나 회사 분할 같은 조치는 불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구글은 이 발언을 법정에서 ‘기술 기반의 자정 작용’이라는 프레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 혁신이 이미 독점 구조를 흔들고 있으니 법의 개입 없이도 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구글에게 의외의 방패막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의 속도는 때때로 규제를 무력화시키며, 혁신 그 자체가 구글의 변론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애플의 AI 검색 도입 가능성이 공식화되자,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주가는 하루 만에 7%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2,50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수익 구조의 본질적 불안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Statcounter에 따르면, 2023년 93%였던 구글의 글로벌 검색 점유율은 2025년 3월 기준 89.7%로 하락했습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실제 점유율이 70% 이하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메타AI나 챗GPT 같은 AI 기반 검색이 사용자의 습관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AI는 더 이상 실험적 도구가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일상 속 검색의 대체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검색의 출발점은 주소창이 아니라, 대화창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큐는 사파리에 챗GPT, 퍼플렉시티, Anthropic 등의 AI 기반 검색엔진을 추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플랫폼 전략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발언입니다.


그러나 애플 역시 단기적으로 손해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큐는 “구글과의 계약이 종료될 경우, 애플의 혁신 여력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막대한 제휴 수익이 줄어들면, 자사 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 여력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지금 구글에게 위협이자 기회입니다. 검색이라는 오랜 질서를 흔들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독점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논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기술은 언제나 중립적이지만, 그것을 둘러싼 해석은 철저히 전략적입니다.


결국 AI가 구글에게 어떤 존재가 될지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선택과 해석에 달려 있습니다. 구글이 AI를 적으로 여길지, 아니면 파트너로 삼을지에 따라 검색의 미래도 달라질 것입니다. 위협일까, 구세주일까. 지금 구글은 그 사이의 흔들림 위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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